전국 LNG발전소 건설 예정·건설 중 11개
충북 음성, 청주, 마곡 등 주민·환경단체 강경 반대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적을 뿐…지형 등 복합적 요인 고려해야

청주 SK하이닉스는 585MW 규모의 LNG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사진은 청주 SK하이닉스 공장(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청주 SK하이닉스는 585MW 규모의 LNG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사진은 청주 SK하이닉스 공장(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전국 곳곳에 건설 예정 또는 건설 중인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해지고 있다. 환경단체 역시 LNG발전소가 인근 주민들의 환경권과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NG발전소는 일반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에너지로 소개된다. 정부는 물론 일부 언론 역시 동일한 입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화력 중심 에너지체계에서 재생에너지체계로 전환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게 LNG발전소다.

하지만 발전소 건설 부지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이러한 상황에 눈살을 찌푸린다. LNG발전소의 대기오염 배출이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나 미세먼지가 극심한 국내 상황에서 LNG발전소라도 환경오염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전국 LNG발전소로…거리로 나온 주민들

전력통계시스템의 2019년 4분기 발전소 건설사업 추진현황에 따르면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 중인 LNG발전소는 모두 11개다. 특히 해당 건설사업 중 최근 주민들의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충북 음성의 1122MW 규모 LNG발전소다. 이는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587MW)의 2배 규모다.

음성군 평곡리 일원에 건설 예정인 공사비 1조2000억원 규모의 이 발전소는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주민 설명회 자체가 무산될 정도로 주민들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4일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반대 주민들은 회의장을 점거한 채 설명회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고성이 오가며 첨예한 대립 상황이 연출됐다.

이들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LNG발전소의 건설 위치다. 음성읍에서 1km 거리에 위치한 이 발전소로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이 악화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실제 에어코리아의 지난해 12월 시도별 실시간통계에 따르면 충북 미세먼지(PM10) 농도 전체 평균은 약 46㎍/㎥로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초미세먼지(PM2.5) 농도 역시 약 33㎍/㎥로 전국 1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발전소 부지 800m 내에 음성여자중학교와 평곡초등학교가 포함, 어린이와 청소년의 호흡기 질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역시 지방인 음성과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는 285MW 규모의 LNG열병합발전소가 건설 예정이다. 주민들은 강서구에 모여 있는 혐오시설과 항공기 소음, 하수처리장 등으로 수십 년간 고통을 받았다며 이 상황에서 LNG열병합발전소까지 지으려 한다고 강하게 반발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 또는 민간 발전사가 아닌 기업이 계획 중인 LNG발전소에 대한 반대도 극심하다. SK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 반도체 공장 옆에 585MW 규모의 LNG열병합발전소를 건설 예정이다. 회사 측이 자체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이유는 반도체 생산 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8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사업장에서 30분 동안 정전이 발생 500억원 수준의 피해를 봤다. 

하지만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이러한 이유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청주의 경우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손실을 막기 위해 84만 시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담보로 잡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청주의 경우 현재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가 진행 중이며 환경부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환경단체 측은 SK하이닉스가 한국전력에서 예비 전력을 끌어올 수 있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편익과 이익을 위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LNG발전소를 추진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미 미세먼지가 극심한 상황에서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오염물질이 배출되면 주민들의 건강에 치명적”이라며 “청주는 산업단지가 서쪽에 위치해 있어 북서풍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LNG발전소가 건설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청주 SK하이닉스 측은 LNG발전소 건립과 관련해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며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충북시민대책위 등 단체들이 지난달 14일 환경부 앞에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충북시민대책위 등 단체들이 지난달 14일 환경부 앞에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LNG 발전소, 과연 정말 친환경인가?

주민들의 반발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LNG발전소가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적다는 것일 뿐 배출 자체가 전혀 없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NG발전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은 석탄발전의 1/3, 초미세먼지(PM2.5)는 석탄발전의 1/8 수준이다. 발전소 배출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NOx)의 경우 0.171kg/MWh을 배출한다. 전환계수 적용 시 LNG발전이 배출하는 초미세먼지(PM2.5)는 0.015kg/MWh로 석탄발전(0.120kg/MWh)의 1/8 정도다.

또한 석탄발전의 연간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2만7000톤임에 반해 LNG발전은 1690톤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부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2018년 기준 NOX 배출량은 석탄화력발전 4만9266톤, LNG발전소의 경우 1만4107톤으로 LNG발전소가 적다고 밝혔다. 전환계수 적용 시 초미세먼지는 각각 2만2794톤, 1114톤이 배출된다. 

자료에서도 나타나듯이 LNG발전이 대기오염 물질을 아예 배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 일각에서는 환경오염은 단순히 배출량만을 가지고 접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석탄화력발전에 비해서 대기오염 배출량이 적다는 것이지 LNG 역시 화석 연료로 고온 연소를 하게 되면 공기 중에 질소가 산소와 결합, 질소산화물(NOx)이 생성되고 이는 모든 오염물질의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지리적·지형적 요인 등을 따져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와 열을 함께 공급하기 위해 LNG열병합발전소가 도심 속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데 국내 도시 대부분이 분지 형태로 대기 중에 오염물질이 정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특히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이나 봄의 경우 북서풍 바람이 불어 동쪽의 태백산맥에 공기 순환이 차단, 오염된 공기가 정체돼 미세먼지가 더욱 심해진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발전소의 굴뚝의 높이도 문제다. 대기환경보전법에 시행규칙 별표12의 고체연료사용시설의 설치기준에는 석탄사용시설과 기타 고체연료사용시설의 굴뚝(연돌) 높이를 규정하고 있다. 석탄사용시설의 경우 굴뚝 높이가 100m 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데 반해 LNG발전소의 굴뚝 높이는 규정이 없어 대부분 70m 수준으로 낮게 건설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인근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LNG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것은 현재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각한 실정에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국내 LNG 발전소 여건도 외국과 다르다고 말한다. 가령 해외의 경우 국내처럼 대도시 안에 발전소를 짓지 않고 20㎞ 떨어진 지점에 건설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본의 경우 원전 사고 이후 전기 공급을 위해 LNG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했지만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지형적 특성상 공기순환이 원활해 미세먼지는 물론 발암물질이 대기 중으로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앞서 말한 분지 형태가 대다수로 비교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LNG발전이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분지와 동쪽에 있는 태백산맥 등 지형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 시 대기질 항목의 경우 그 범위가 보통 5~10㎞인데 발전소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날아가 대상 범위 외 지역의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며 “합리적인 지점에서 측정하고 폼알데하이드나 미세먼지 등을 분석해야 하지만 법적 규제가 없어 사업자들이 이러한 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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