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친환경 변신 UAE와 "형제 나라" 미래 가치 공유
AI· 방산·에너지·K컬처에서 협력 ···"해외 동반 진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7일(현지시간) 아부다비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해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락 퍼스트 아부다비 뱅크(FAB) 비상임 이사겸 이사회 운영위원회 의장(왼쪽 두번째)의 안내로 모스크를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7일(현지시간) 아부다비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해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락 퍼스트 아부다비 뱅크(FAB) 비상임 이사겸 이사회 운영위원회 의장(왼쪽 두번째)의 안내로 모스크를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형제의 정신을 기반으로 향후 어떤 외교 상황의 변화가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관계를 견고하게 발전시키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통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100년 동맹'으로 격상시켰다. 이 대통령은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확대 및 단독 회담에서 UAE를 "형제의 나라"로 부르며 포괄적 특별 동반자 관계의 심화를 강조했다.

이날 양국은 '원자력 신기술, AI 및 글로벌 시장 협력 파트너십 MOU' 등 7건의 첨단 산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기존의 바라카 원전 협력을 넘어 차세대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AI 기술 접목을 통한 제3국 원전 시장 공동 진출까지 합의하며 경제 동맹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1000억달러 규모 협력 사업으로 사상 최대 '중동붐' 재현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구체적인 협력 규모를 제시했다. AI 협력 200억달러(약 29조원), 방산 수출 150억달러(약 22조원), K-컬처 시장 가치 704억달러(약 103조원) 등 총 1000억달러가 넘는 실질적 경제 동맹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원자력 분야에선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운영 경험을 발판으로 SMR 공동 개발과 원전 AI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한다. 한국전력과 UAE 원자력공사는 제3국 시장 개척에 나선다.

AI 및 첨단 기술 협력도 한층 강화된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UAE에 AI 반도체를 공급할 파트너"임을 강조하며 AI 투자,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 등 포괄적 협력에 합의했다. 우주탐사 기술 공유, 위성 공동 개발 등 우주 분야 협력도 포함됐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핵심 파트너로

이번 협력의 하이라이트는 AI 기반 '기술 동맹'이다. 한국은 UAE가 추진 중인 초대형 AI 인프라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 초기 투자만 30조원에 달하는 이 거대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 막대한 전력망 구축에 참여한다. AI 인프라의 핵심인 반도체 협력도 합의돼 국내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의 진출 기회가 열렸다.

AI 기술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피지컬AI 분야 협력도 본격화된다. 첫 프로젝트는 'AI 항만 물류 프로젝트'다. 부산항과 UAE 아부다비 칼리파항에 AI 기반 물류 시스템을 적용해 해운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는 미래 물류 표준을 구축한다.

◇방산 150억달러, '완성형 가치사슬' 구축

양국은 방산 분야에서 '완성형 가치사슬 협력 모델'을 추구하기로 했다. 무기를 공동 개발하고 UAE군의 독자 운영 능력을 지원한다. 또 공동 개발 무기 체계를 중동, 아프리카, 유럽, 북미 등 시장에 공동 진출한다. 목표는 약 150억달러(21조원) 규모 수주다.

에너지 안보 협력도 크게 확대된다. 한국석유공사와 UAE 간 원유 비축 사업 규모를 기존 40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확대하고, 향후 최대 3배까지 늘린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발생 시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협력이다.

양국은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 산업 도시 'UAE K-City'도 조성한다. 의료, 바이오, AI, 항공우주 기술 및 서비스가 들어가는 신개념 복합 클러스터다.

양국은 지난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을 체결하며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했다. 이를 통해 한국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와 UAE산 석유화학제품 등 90% 이상 교역 품목에 대한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는 "UAE는 중동에서 산업다각화(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첨단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에 가장 성공한 국가"라며 "중동 산유국의 발전 전략 수립에 있어서 일종의 모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이번 협력은 그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UAE가 한국과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왔다"며 "이번 '100년 동맹'으로 경제협력을 뛰어넘어 '중견국 가치'를 공유하는 장기적인 미래 동맹 관계를 구축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라카 신화, 이제 'AI 동맹'으로

UAE는 2009년 한국이 수주한 바라카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한국에 대한 신뢰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바라카 원전 4호기가 작년 9월 본격적인 상업운영 단계에 돌입하면서 한국의 원전 기술력과 사업 관리 능력은 UAE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2021년 이후 한국 기업들은 이 '바라카 신화'를 발판으로 단순 건설을 넘어 첨단 기술과 미래 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한전기술 등 한국 기업들은 바라카 원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핵연료 공급 및 장기 정비 계약 체결을 추진하며 장기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단순 하드웨어 수출을 넘어 서비스 및 기술 수출이라는 고부가가치 모델로의 전환이다.

방산 분야 협력도 강화된다. UAE는 중동 내 최대 방산 수요국 중 하나로, 한국의 K-방산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2년 LIG넥스원의 천궁-II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 수출 계약은 양국 방산 협력의 상징이며, 추가 무기 체계 및 기술 이전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 데이터센터, 병원, 첨단 산업단지 조성 등 UAE의 미래 성장 동력과 직결된 대규모 인프라 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UAE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필수적인 파트너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정에너지 전환, 한국 기업에  기회

UAE는 'Net Zero by 2050 Strategic Initiative'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전통적인 석유 부국이 청정 에너지 전환의 선두 주자로 나선 이 계획은 한국 에너지 기업들에게 새로운 '골든 타임'을 제공하고 있다.

UAE는 청정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수소와 태양광을 꼽는다. 한국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SK E&S, 두산에너빌리티 등은 UAE 국영 에너지 기업과 손잡고 청정 수소(블루 수소, 그린 수소) 생산 및 액화·운송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모색 중이다. UAE의 저렴한 천연가스 기반 블루수소 생산에 한국의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을 결합하고, 한국의 수소 활용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자원 수입국을 넘어 수소 생산 파트너로 관계를 격상시키는 중요한 진출이다.

한화큐셀,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의 태양광 모듈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분야 선두 기업들은 UAE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한국형 대용량 ESS 기술은 UAE의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에 필수적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한국이 UAE의 석유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포괄적 특별 동반자 관계'의 핵심 파트너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바라카 원전의 성공이 원자력이라는 튼튼한 다리를 놓았다면, 이제는 AI, 첨단 반도체, 그리고 청정 에너지라는 미래 동력으로 양국의 협력 지평을 넓혀나갈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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