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절반, 과학적 근거 없는 규제 도입
"규제 철폐 법적 구속력 갖춰야 실효" 지적

국내 태양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이격거리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국내 태양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이격거리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국내 태양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이격거리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산업 진흥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자체의 조례에 묶여 태양광 개발이 지연되는 현실에서 정부 차원의 통일된 기준과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절반 넘는 지자체, '거리 제한'으로 태양광 제동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전국 기초지자체의 57%가 주거지나 도로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야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이격거리 규제는 조례를 통해 도로, 주거지 등으로부터 일정 반경 이내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없게 하는 걸 뜻한다.

규제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2017년 87곳에서 2022년 129곳으로 늘었다. 특히 충청·전라·제주 지역은 전 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도입했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최소 100m에서 최대 1km까지 천차만별인 이격거리 기준은 과학적 검토 없이 다른 지역 사례를 단순 참조해 정한 경우가 절반(47.1%)에 달했다. 과거 산업통상자원부가 태양광 발전설비가 유해시설이 아니라고 확인을 했지만 민원 예방을 이유로 규제를 도입하면서 지역마다 규제 폭이 달라 태양광업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태양광 설치 가능 면적도 급감했다. 현재 국내 태양광 설치 잠재 입지 면적은 1만4177㎢이지만,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하면 5288㎢로 62.7%나 줄어든다. 전남 함평군은 전체 면적의 11%, 경북 구미시는 7%만 설치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2017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규제 개선을 권고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후엔 재생에너지산업 진흥을 강조했지만, 규제 개선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현재 규제 완화에 나선 지자체는 18곳(14%)에 불과하며 정부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조례를 개정한 곳은 6곳뿐이다.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생에너지 보급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 불합리한 규제로 묶여 국가의 2030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저해하고 국토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며 "지자체의 임의적 규제 남발을 막고 국가 정책 일관성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임의적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격거리 규제 법적 효력·주민 수용성 병행해야

국내 이격거리 규제는 국제적으로도 엄격한 편이다. 유럽과 일본은 별도 거리 규제를 두지 않거나  억제구역·금지구역 지정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평균 15m 내외의 짧은 거리만 설정한다.

정부는 이격거리 문제 해소를 위해 일관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법상 기초지자체별로 상이한 규제가 존재해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일관된 법적 기준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또한 규제 방식의 장단점을 분석해 법제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격거리 규제 완화를 위해선 주민 수용성을 확보가 중요하다. 정부는 단순한 주민동의 확보를 넘어 사업 전과정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수익공유 구조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역 공동체와 주민이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햇빛·바람 소득마을 형태의 주민참여형 사업모델을 구축·확산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과 국토계획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이 8건이 발의돼 심의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최대 200m로 이격거리 상한을 명문화하고, 지자체의 과도한 자의적 규제 도입 제한 및 일관성 있는 법적 기준을 마련하도록 명시해 근거 없는 주민 민원에 근거한 규제 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 권고 수준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주거지역 최소 100m, 도로·농로 제외' 지침을 권고하고 지침을 준수하는 지자체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 규제 완화 유도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지자체의 선택사항에 그쳤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초지자체에 일임하는 것이 아닌 합리적인 법적 기준을 세워 난개발은 막고,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민원 해소를 위해 세우는 무분별한 이격거리 규제가 에너지 전환과 지역 발전을 막지 않도록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도록 행정지침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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