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30일 회담 소식에 코스피 사천피 눈앞
무역 전쟁 종식하고 새 국제 질서로의 변곡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오는 30일 마주 앉는다는 소식에 코스피 지수가 24일 개장 직후부터 3900선을 재돌파했다.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첨예하게 맞서 온 양국 간의 '무역 전쟁'이 일시적인 '휴전'을 넘어 '해빙 무드'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경주 미·중 정상회담은 단순한 양자 회담을 넘어, 고조된 갈등 국면을 해소하고 새로운 국제 질서와 경제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관세·희토류 맞대결…'치킨게임' 출구는

미·중 관계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아래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이 대규모 관세 부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압박하자, 중국은 보복 관세는 물론 핵심 전략자원인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 같은 '치킨게임'에서 양국이 상생의 출구를 찾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추가 인상 카드를 흔들면서도 "훌륭한 무역협정을 맺을 것"이라며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무역갈등이 자국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려는 실리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 역시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안정적 경제성장을 위해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회담 결과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첫째는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핵심 쟁점 협상을 재개하는 '잠정 휴전'이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둘째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와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등 구체적 양보안을 내놓고 미국이 일부 관세를 철회하는 '파격 합의'다. 해빙 무드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마지막은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되는 '확전' 시나리오다. 이 경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다.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복원하고 잠정 휴전 이상의 제한적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오는 30일 정상회담을 갖는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래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오는 30일 정상회담을 갖는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래픽

◇해빙 시 국제질서 재편 신호탄

미·중 관계가 해빙 국면으로 접어들면 국제 질서와 경제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우선 국제 질서 측면에서 진영 대결이 완화되고 다자주의가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 첨예한 미·중 갈등은 글로벌 공급망의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기술 패권 경쟁을 심화시키며 신냉전 구도를 강화해왔다. 양국 관계가 안정화되면 이 같은 진영 논리가 약화되고, 기후변화·핵비확산·보건안보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 여력이 커질 수 있다.

국제 경제 측면에서는 불확실성 해소가 기대된다. 전 세계 교역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중 양국의 갈등 심화는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양국관계가 완전한 정상화의 길로 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조심스런 시각도 많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중 정상은 갈등의 격화를 막고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잠정적인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면서 "미국과 중국이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양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타협이 성사되더라도 미중 전략경쟁의 휴전이 아니라 일시 정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韓, '실용외교'로 실익 노린다 

그래도 한국은 상당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지정학적 위치와 높은 대외 무역 의존도 탓에 미·중 갈등의 최대 피해국이었던 한국은 미중 정상회담과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문제를 해결하고 '샌드위치'를 벗어나 실익을 얻는 기회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중 관계 정상화가 될 경우 반도체, 기계류 등 주력 산업의 수출 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 이라며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 같은 공급망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중국 진출 우리 기업들의 생산 활동 불확실성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외교·안보적 측면에서는 외교 공간이 확대될 수 있다. 미·중 갈등 심화는 한국 정부에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해 외교적 운신의 폭을 극도로 좁혀왔다.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균형외교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그래서 한국에서 열리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은 양국 간 고조된 무역갈등을 해소하고 해빙 국면으로 전환하는 중대한 시험대다. 양국이 충돌을 피하고 제한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 글로벌 무역 전쟁의 두 주역의 만남과 대화가 한국에서 열린다고 해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다는 것이 한계다. 결과를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왕희 교수는 "정상회담에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은 위험하다.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식시장도 조정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의 명운을 건 패권 전쟁의 와중엔 약소국 뿐 아니라 강소국, 강중국의  운신의 폭도 좁디 좁다. 우리의 외교, 통상, 국방을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냉정한 시각과 자세로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지켜내는 것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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