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2C 신기술 적용·전력 자급형 설비 도입… 정유·석화 경계 허문다
친환경 집중하는 정유사들 에쓰오일은 정유-석화 포트폴리오 전환

에쓰오일이 추진 중인 국내 최대 석유화학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가 전체 공정률 85%를 돌파했다. 회사 측은 내년 6월 기계적 완공을 목표로 순항 중이라며 정유 중심 구조에서 석유화학 중심으로 산업 포트폴리오가 전환되는 상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샤힌 프로젝트는 총 9조258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석유화학 복합시설이다. 118m 높이의 프로필렌 분리타워를 비롯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원유 직투입 신기술 TC2C 설비와 초대형 크래킹히터 등 핵심 설비 설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원유에서 바로 석유화학 원료 생산… 탄소배출 30% 감축 기대
샤힌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존 정유 공정의 잔사유를 TC2C 공정으로 처리해 나프타·프로필렌 등 고부가 석유화학 원료를 바로 생산하는 시설이다. 기존 설비 대비 석유화학 원료 수율이 3~4배 높고, 탄소 배출량은 20~30% 줄일 수 있다. 또한 150MW급 천연가스 자가발전소와 폐열회수보일러를 함께 구축해 전력 자급률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기계적 완공 후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되면 연간 에틸렌 180만톤, 프로필렌 77만톤, 부타디엔 20만톤, 벤젠 28만톤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게 된다. 이 중 에틸렌 일부는 폴리머 공장으로 투입돼 LLDPE(88만톤)와 HDPE(44만톤)을 생산한다. 나머지는 울산·온산 산업단지 내 석유화학사에 배관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단순한 탄소 감축형 친환경 사업이라기보다 '화석자원의 효율적 탈탄소화'를 측면으로 사업 확장으로 해석 가능하다. 정유에서 석유화학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제를 고도화해 산업 효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공정 단순화와 열 회수, 에너지 수율 개선을 통해 탄소 집약도를 줄이는 구조로, 산업 경쟁력 강화형 저탄소 전환으로 평가된다.
프로젝트 완공 시 에쓰오일 매출 내 석유화학 비중은 현재 12%에서 25%로 늘어난다. 연료유 중심이던 국내 정유업계가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정유·석화 경계를 허물어 공정 단순화, 에너지 효율 극대화, 탄소 배출 저감 측면에서 고효율 프로젝트"라며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유사는 친환경 '바이오 전환' 집중… 각사 친환경 해법 달라
반면 다른 정유사들은 바이오매스 기반의 탄소 순환형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에쓰오일의 경우 최대주주인 아람코로부터 안정적으로 원유를 수입할 수 있어 TC2C 시설을 통한 석유화학 연료 생산이 가능해 타 정유사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유기성 폐기물로부터 메탄과 수소를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사업 및 지속가능항공유(SAF) 개발에 주력한다. 이미 EU에 SAF 수출을 성공했고, 캐세이퍼시픽과 2027년까지 2만톤 공급 계약을 맺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에 촉매 없이 고온·고압에서 분해·전환하는 초임계 공법을 적용한 바이오디젤 공장을 완공하며 SAF·바이오 선박유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화석연료 대체 연료로 직접적인 탈탄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부산물을 활용한 저탄소 연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에쓰오일은 기존 정유 인프라를 활용한 코프로세싱 시스템으로 바이오 원료 및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정제해 친환경 나프타·바이오디젤·SAF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고 울산공장에 전용 설비를 구축했으며, 사우디 아람코와 블루수소, 탄소 포집 기술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샤힌 프로젝트를 국내 정유·석화 업계가 저탄소 산업으로 이동하는 모델로 보고 있다. 화석자원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지 않되, 고효율·저탄소·고부가화 방향으로 산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 탄소감축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 정유·석화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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