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오픈AI와 글로벌 AI 인프라 협력 공식화… AI 패권 경쟁 동맹
HBM 공급부터 데이터센터 구축 등 전방위 파트너십 전개
정부, 금산분리 규제 완화 검토하며 투자 지원 예고… 시장도 기대감↑

삼성과 SK그룹이 오픈AI의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의 핵심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각각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AI 분야 전방위 협력을 위한 상호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 서초사옥(서울 서초구 소재)에서, 최태원 회장은 SK서린빌딩(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올트먼 CEO를 만나 반도체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논의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가 소프트뱅크·오라클과 2029년까지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해 세계 곳곳에 AI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협력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해당 프로젝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를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이자, 그룹 역량을 집결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참여한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오픈AI 스타게이트에 HBM 주요 공급사 선정

오픈AI는 두 회사에 웨이퍼 기준 월 최대 90만장 규모의 HBM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전 세계 HBM 생산 능력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올해 HBM 시장 규모가 340억달러(약 48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100조원이 넘는 신규 수요가 생기는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패키징 기술을 통해 AI 학습과 추론 전 과정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기준 D램 글로벌 매출 1위 기업으로, AI 전용 메모리반도체 기술력과 공급 역량을 인정받아 파트너로 선정됐다. SK하이닉스는 오픈AI의 대규모 HBM 수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 체제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이로써 양사는 이번 사업 협력을 통해 향후 4년간 100조원이 넘는 신규 반도체 수요를 확보했다. 이는 실적 향상으로 직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 데이터센터부터 해상 시설까지 전방위 협력… AI 인프라 구축 역량 집중
오픈AI와 양사의 협력은 반도체 공급을 넘어 AI 인프라 전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이번 파트너십에서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4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삼성SDS는 경북 포항에 오픈AI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을 맡고, 오픈AI의 'ChatGPT 엔터프라이즈'의 국내 리셀러 권한도 확보해 한국 기업들의 AI 도입을 지원한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해상에 설치하는 '플로팅 데이터센터' 개발에 나선다. 육지 설치 대비 공간 제약이 적고 냉각 효율이 높아 탄소 배출 저감 효과까지 기대된다.
SK그룹도 AI 인프라, 서비스에 역량을 갖춘 SK텔레콤을 통해 오픈AI와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SKT는 전남 서남권에 오픈AI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해 '한국형 스타게이트'를 실현할 방침이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아시아 지역 AI 허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SK그룹이 추진 중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과 함께 동서를 연결하는 AI 벨트를 구축해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협력에 대해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SK가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게 됐다”면서 “메모리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SK의 통합 AI 인프라 역량을 이번 파트너십에 집중해 글로벌 AI인프라 혁신과 대한민국의 국가 AI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이번 오픈AI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 분야에서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 정부, 금산분리 완화로 투자 지원… 시장도 기대감으로 들썩
오픈AI와 삼성·SK의 파트너십 강화에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용·최태원 회장과 올트먼 CEO를 만난 자리에서 "막대한 투자 재원을 조달해야 할 텐데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이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AI와 반도체 산업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사업의 추진 강화를 위해 투자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자금 조달의 제도적 제약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도 논의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VC의 외부자금 출자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여당과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AI,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 기업 투자분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낮춰 은행권의 기업대출 여력을 31조6000억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3개사의 협력 소식과 정부의 지원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시장도 반응도 뜨거운 상황이다. 실제 2일 삼성전자는 장중 9만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SK하이닉스는 처음으로 40만원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3500을 돌파했다. 외국인이 장 초반 1조원 넘게 현물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은 5.53% 상승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SK의 오픈AI 협력은 단순한 반도체 공급을 넘어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동맹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한국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