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5일 국내 25개 자산운용사가 퇴직연금 전용 EMP(ETF Managed Portfolio) ‘디딤펀드’를 동시에 출시했다. 전체 디딤펀드 1년 성적표./업계 취합
지난해 9월 25일 국내 25개 자산운용사가 퇴직연금 전용 EMP(ETF Managed Portfolio) ‘디딤펀드’를 동시에 출시했다. 전체 디딤펀드 1년 성적표./업계 취합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퇴직연금 전용 자산배분 펀드인 ‘디딤펀드’가 출시 1년 만에 평균 11%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불안정한 장세 속에서 주식처럼 큰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서도 채권·예금보다 큰 수익을 원하는 ‘중위험·중수익’ 성향의 퇴직연금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26일 KG제로인·한국펀드평가 등 주요 펀드평가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내 25개 자산운용사가 동시에 출시한 전체 디딤펀드에는 지난 1년간 1477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여기에 초기 설정액과 수익률을 반영한 전체 수탁고는 2272억원으로 집계됐다.

디딤펀드 25종의 지난 1년간 평균 수익률은 11% 안팎으로 나타났다. 운용사별로는 대신자산운용의 ‘대신 디딤 올라운드 자산배분’이 19.29%로 가장 높은 성과를 올렸고, 신영자산운용 ‘신영 마라톤 디딤 올-밸류 자산배분’과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디딤CPI+’가 17~19%대 수익률로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자금 유입 규모에서는 신한자산운용의 ‘신한디딤글로벌EMP펀드’가 351억원으로 전체 순유입액의 약 24%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이어 삼성·미래에셋·KB자산운용 등이 고르게 자금을 흡수했다. ‘삼성디딤밀당다람쥐글로벌EMP펀드’는 연초 대비 설정액이 205억원 증가해, 올해만 따지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디딤펀드는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25개 운용사가 공동 출시한 퇴직연금 전용 공동 EMP(ETF Managed Portfolio) 브랜드다. 여러 ETF를 조합해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특징으로, 펀드매니저가 개별 종목을 직접 발굴해 투자하기보다 주식·채권·대체자산 등을 추종하는 ETF를 활용해 글로벌 자산 배분을 설계한다.

기존 퇴직연금 펀드가 단일 주식형이나 채권형에 치우친 것과 달리, 디딤펀드는 주식·채권·대체자산을 균형 있게 담아 시장 변동성을 흡수하면서도 중장기 수익을 추구하도록 설계됐다. 주식처럼 큰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서 채권·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여, 최근 불안정한 장세 속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퇴직연금 전용 자산배분 펀드인 ‘디딤펀드’가 출시 1년 만에 평균 11%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그린포스트코리아 그래픽' 이미지=픽사베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퇴직연금 전용 자산배분 펀드인 ‘디딤펀드’가 출시 1년 만에 평균 11%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그린포스트코리아 그래픽' 이미지=픽사베이

운용사별 자산 배분 전략의 차이가 수익률 격차를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대신디딤올라운드펀드는 국내외 주식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미국 기술주 ETF와 글로벌 대체자산을 적극 편입해 20% 안팎의 성과를 달성했다. 반면 안정성을 중시한 일부 운용사는 채권과 현금 비중을 높여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을 기록했지만 변동성 방어에는 성공했다.

한투운용과 현대운용은 미국 나스닥·S&P500 지수 ETF와 함께 글로벌 리츠(REITs), 금·원자재 ETF를 비중 있게 담아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금리 인하 기대를 선제적으로 반영했다. 일부 운용사는 국내 채권 ET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변동성을 낮췄지만, 수익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판매 채널이 여전히 증권사로 국한되고, 자금 유입이 특정 펀드에 몰려 있는 점, 비교적 낮은 인지도 등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디딤펀드 판매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은행 창구 등으로 판매 채널을 넓히고,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전용 페이지를 신설해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또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에 디딤펀드를 기본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구상이다. 지난 5월 삼성디딤밀당다람쥐글로벌EMP펀드가 iM증권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포함됐으나 아직 제도 전반으로 확산하진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장기 투자에 적합한 EMP가 제도권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 은행 예·적금 중심의 보수적 운용 관행을 깨뜨릴 수 있다”며 “이번 디딤펀드 성공은 퇴직연금 운용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고수익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시장 상황에 달려 있지만, 안정적 자산 배분 전략을 갖춘 EMP 구조상 극단적 손실 가능성은 작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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