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A 2025 참가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 전기차·전동화 전략 전면에
EU, 2035년 내연차 판매 금지… 강력한 규제에 전동화 전환 가속
3000만원대 소형으로 대중화의 문 연다

새로운 전기차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럽 시장. 유럽연합의 전기차 전환 정책에 유럽 완성차 기업들이 소형 저가 전기차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새로운 전기차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럽 시장. 유럽연합의 전기차 전환 정책에 유럽 완성차 기업들이 소형 저가 전기차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유럽 전기차 시장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 축소, 수입차 관세 강화 등 내연차 편향 정책을 펴는 것과 달리, 유럽연합(EU)은 환경 규제와 보조금 확대를 통해 친환경차 전환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들은 이 같은 흐름 속에 소형·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獨 IAA 모빌리티 2025, 유럽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다

9~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5’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모든 것은 모빌리티”라는 슬로건 아래 95개국 1000여개 업체가 참가했는데, 핵심 키워드는 단연 전기차였다.

일례로 4년만에 IAA 모빌리티쇼에 참가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브랜드 최초 소형 전기차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Concept THREE)’를 공개했고, 기아도 소형 전기차 모델인 EV5와 콘셉트 EV2를 처음 유럽에 공개했다. 

독일 빅3(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역시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기반 전기차 신모델을 선보였다. 특히 폭스바겐은 2026년 출시할 ‘ID.폴로’, SUV ‘ID.크로스 콘셉트’ 등 소형 모델 4종을 발표했는데, 이들은 2만5000유로(약 4000만원)대 저가 전기차로 출시할 것으로 예고했다.

중국 업체들도 이번 전시에 대거 참가했다. 특히 비야디(BYD)는 왜건형 하이브리드 ‘씰 6 DM-i 투어링’을 공개하고, 현재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형 전기차 ‘돌핀 서프’를 집중 홍보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한·중·독 3각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 EU 전기차 전환 기조, 미국 시장 둔화와 맞물려

이처럼 완성차 기업들이 유럽 전기차 시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유럽연합(EU) 정책 변화가 있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완성차 기업들이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으나, 유럽연합은 정책을 EU는 강력한 환경 규제, 정부 전기차 구매 보조금 확대 등으로 전기차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르웨이·핀란드 등 일부 국가는 이미 2025년부터 내연차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반면 미국은 반대 흐름이다. 수입차 관세를 강화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면서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북미의 공백을 메울 대안 시장으로 유럽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2025년 상반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8% 늘었고, 신차 등록 중 전기차·하이브리드 비중은 26%를 넘어섰다.

◇ 소형·저가 전기차, ‘캐즘’ 돌파 카드

현대자동차가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최초로 공개한 소형 전기차 '콘셉트 쓰리'.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최초로 공개한 소형 전기차 '콘셉트 쓰리'. /현대자동차 제공

목할 점은 완성차기업들이 앞다퉈 소형·저가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기차 캐즘(Chasm·수요 정체 구간)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

유럽 도시는 좁고 복잡한 도로, 부족한 주차 공간 등으로 인해 소형차 수요가 전통적으로 높다. 여기에 자동차를 ‘이동 수단’으로 보는 실용적 소비문화가 더해져, 가격 경쟁력이 있는 소형차가 인기를 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유럽은 초기엔 비싸도 전기차를 구매하는 얼리어답터가 주도했지만, 지금은 내연차와 가격 비교 후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전형적인 캐즘 현상으로,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선 저가형 소형 전기차 출시가 필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럽 주요 시장에서는 해치백 등 소형차가 판매 상위권을 차지한다. 유지비 절감, 경제성 중시 문화가 자동차 소비 전반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들은 유럽 시장에 맞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전기차를 앞세우고 있다.

이 교수는 “고급 전기차 경쟁은 대중화가 자리 잡은 이후 문제”라며 “앞으로 유럽에서는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소형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이제 글로벌 완성차들의 ‘전선(戰線)’이 됐다. 미국 둔화, 중국 공세, EU 규제가 맞물린 상황에서 소형·저가 전기차는 유럽 소비자와 시장 특성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 카드다. 전기차 대중화의 분수령이 유럽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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