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삼성생명 금리위험액 43%↑, 신한라이프 업계 최고 민감도 기록
한화·교보는 ALM 강화로 충격 완화… 금융당국 “장기금리 관리 필요”
"안정적 ALM 전략 짜야, 소비자 선택 받는다"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생보사들의 금리위험 관리 성과가 뚜렷하게 갈리면서 시장의 우려와 관심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과 신한라이프는 여전히 금리 변동 충격에 취약한 반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위험 노출을 대폭 줄이며 안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 상반기 금리위험액은 3조98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1% 늘어났다. 4대 생보사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부담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신한라이프의 금리위험액은 줄었지만 위험액비율이 9.5%에 달해 여전히 업계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 모두 절대 규모나 비율에서 민감도가 높아 금리가 하락할 경우 지급여력(RBC) 지표인 킥스(K-ICS)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위험액은 말 그대로 금리가 움직일 때 보험사가 입을 수 있는 손실 규모를 수치화한 지표다.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과정에서 많이 보유하는 채권은 금리에 따라 평가가치가 변하는데, 위험액이 크다는 것은 금리 변동 폭이 작아도 재무상태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지표가 높아지면 감독당국의 규제나 추가 자본 확충 압박으로 이어지고, 결국 보험료 인상이나 상품 조건 축소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도 커진다.

반대로 한화생명은 2년 전과 비교해 금리위험액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생명도 과거 1조7000억 원대에 달했던 금리위험액을 4600억 원 수준까지 축소하며 부담을 완화했다. 두 회사는 자산·부채 관리(ALM)를 강화하며 대응력을 높였다. ALM은 보험사가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자산과 미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 같은 부채의 만기를 맞추는 전략으로,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의 시점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금리 변화가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실제 삼성생명의 금리위험액비율은 2년 새 5.9%포인트 오른 8.3%에 달했고,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킥스비율이 30.9%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한라이프는 같은 조건에서 킥스비율이 31.8%포인트 떨어져 삼성생명보다도 더 큰 충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금리가 내려갈 때 삼성생명과 신한라이프는 지급여력이 크게 흔들리는 반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ALM을 강화한 덕에 금리 흐름과 상관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생명은 금리 하락기에 지급여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회사는 자산·부채 관리 강화와 장기 채권 비중 확대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위험 노출이 줄지 않아 시장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올 상반기 금리위험액이 증가한 것은 부채할인율 변동의 영향이 컸다”며 “회사별 자산·부채 구조가 다르다 보니 같은 시장 환경에서도 영향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금리위험액비율이 상승한 부분과 관련해, “당사는 장기채 매입을 통한 ALM 강화뿐 아니라 대체투자를 통한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며 “다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은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장기채 비중 확대를 통한 듀레이션 갭 축소, 재보험 출재 등을 통해 킥스비율 변동성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180% 이상의 킥스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위험액 규모 자체는 다소 줄었지만 비율이 높아 여전히 금리 민감도가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당사는 자본 대비 건전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고, 리스크 관리 체계 또한 업계 내에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금리 변동에 따른 ALM 전략도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환경에 따라 일부 지표가 변동할 수는 있으나,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역량에 있어서는 종합적인 관리 수준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ALM 정책 강화와 장기금리 위험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업계 내부에서도 취약한 회사와 안정적인 회사 간 격차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위험 관리 성과가 회사별로 크게 엇갈리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보험사 선택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금리 하락기에 지급여력이 흔들리는 회사는 자본 확충이나 상품 구조 조정을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ALM 전략을 구축한 회사들이 경쟁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