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SM 시세조종 인지” vs 고려아연 “사실 왜곡”
내부 이메일 해석 두고 충돌… 법조계 “자금 승인자 책임 여부가 쟁점”

영풍과 고려아연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주가조작 사건을 놓고 연일 정면 충돌하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진이 자금 출자 과정에서 주가조작 정황을 인지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사실과 다른 왜곡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영풍은 5일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이 하바나1호 펀드 자금이 SM엔터 주식 매입에 쓰일 것을 사전에 알았다”며 “이는 단순 출자자일 뿐 투자 내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해명과 배치된다”고 밝혔다. 영풍은 법원의 공개 자료에 나온 내부 이메일을 근거로 “출자금이 시세조종 구조에 직접 사용됐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이메일은 2023년 2월 14일, 고려아연 부사장이 받은 내부 보고다. 이 메일에는 “SM엔터 지분 매입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한다. 하이브에 12만원에 팔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영풍은 “이는 경영진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 목적이 아니라 주가조작 구조를 인지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실제 고려아연은 이튿날 해당 펀드에 998억 원을 출자했고, 이후 SM엔터 주식 대량 매입에 자금이 쓰였다.
검찰은 이 과정을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한 시세조종 행위로 판단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등 관련자들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은 SM엔터 사건과 무관하다”며 영풍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언급한 이메일은 오히려 무고함을 입증하는 자료”라며 “투자가 재무적 목적임을 보여주는 내용일 뿐, 공개매수 저지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메일 속 ‘12만원 매각 가능성’은 이미 언론에 공개된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을 기준으로 한 엑시트(Exit) 시나리오일 뿐”이라며 “주가 상승을 유도해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영풍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반복해 유감을 표한다”며 “국내 유일 전략광물 공급자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이메일 등 증거 해석을 놓고 책임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법조인은 “자금을 승인한 경영진이 시세조종 구조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이라며 “최윤범 회장이 정관 개정이나 자금 집행을 직접 승인했는지 여부가 법적 책임의 무게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