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도형 4곳 모두 낙찰, 민간형은 전부 탈락…"공급망 내재화 의지" 뚜렷
서남권 사업자도 유니슨 또는 두산에너빌 터빈 선택 예고

올 상반기 해상풍력 공공주도형 부문에서 선정된 4개 사업 중 3곳이 두산에너빌리티의 10MW 대형 터빈 도입한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인공지능
올 상반기 해상풍력 공공주도형 부문에서 선정된 4개 사업 중 3곳이 두산에너빌리티의 10MW 대형 터빈 도입한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인공지능

정부의 해상풍력 국산화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사업에서 국산 터빈을 채택한 업체들이 줄줄이 선정되면서, 그동안 외산 터빈에 밀려났던 국내 풍력터빈 산업이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한국에너지공단이 전날 확정한 '2025년 상반기 해상풍력 경쟁입찰'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입찰에서는 공공주도형과 일반형 부문에서 극명하게 대조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공공주도형에서는 목표 물량을 초과하는 689MW가 전량 낙찰된 반면, 일반형에서는 참여업체 2곳이 모두 탈락하는 '전멸' 사태가 벌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 10MW 터빈, 해상풍력 시장 첫 진출

공공주도형 부문에서 선정된 4개 사업 중 3곳이 두산에너빌리티의 10MW 대형 터빈 도입을 계획하고 있어 주목된다. 압해해상풍력(한국전력기술 컨소시엄, 80MW), 다대포해상풍력(남부발전 컨소시엄, 99MW), 한동·평대해상풍력(동서발전 컨소시엄, 100MW) 등 3개 프로젝트가 두산에너빌리티 터빈을 선택했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의 10MW 터빈이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역사적 순간이다. 회전 직경 205m, 전체 높이 230m에 달하는 이 터빈은 아파트 80층 높이에 해당하는 초대형 규모다. 6.5m/s의 저풍속 환경에서도 30% 이상의 이용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장 큰 규모인 서남권 해상풍력 시범단지(한국해상풍력, 400MW)의 경우 향후 두산에너빌리티 또는 유니슨 중 하나의 국산 터빈을 선택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들이 100% 출자한 특수목적법인인 한국해상풍력의 이 같은 결정은 국산 터빈 우대 정책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외산 터빈 채택 업체들은 '줄줄이 탈락'

반면 일반형 부문에서는 총 844MW 규모의 2개 사업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모두 선정되지 않았다. 해송3해상풍력은 덴마크 베스타스 터빈을, 한빛해상풍력은 독일 벤시스(중국 골드윈드 계열사) 터빈의 유니슨 조립 방식을 제시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8월 발표된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과 올해 3월 공개된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입찰 추진방안'에 따른 안보·공급망 평가 강화의 직접적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가 해상풍력 산업에서 공급망 내재화를 본격 추진하면서 국산 터빈 우대 기조가 명확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남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공유수면해상에 위치한 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10MW급 풍력발전기 10기가 설치돼 있다.
전남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공유수면해상에 위치한 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10MW급 풍력발전기 10기가 설치돼 있다.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던 김정관 장관의 의지 실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내 공기업들조차 국산보다 외산을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며 피가 거꾸로 솟구칠 것 같은 서운함이 들었다"고 토로했던 발언이 현실로 바뀌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인 김 장관의 의지가 정책으로 구현되면서 그동안의 외산 선호 관행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10MW 해상풍력발전기(DS205-10MW)가 국제인증기관 UL로부터 형식인증을 취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2022년 개발한 8MW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지난해부터 발전 공기업 4사와 풍력 전문 중소기업 6곳과 함께 '한국형 초대형 풍력발전시스템 공급망 원가절감 기술개발 국책과제'를 통해 개발됐다.

참여기업으로는 한국해상풍력,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과 휴먼컴퍼지트, 동국S&C, 신라정밀, 우림PTS, 산일전기, 엘에스케이, 인텍전기전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의 협력으로 부품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2월부터 전라남도 영광에서 실증시험을 시작해 4월 현장 실증시험을 마무리한 뒤, 설계·시험 데이터 검증을 거쳐 국제인증을 취득했다. 국산 기술로 개발된 대형 해상풍력터빈이 국제 수준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글로벌 수준 14MW 터빈 제조 능력도 구축

두산에너빌리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선두기업 수준의 14MW 이상 대형 터빈 제조 능력도 갖춰가고 있다. 지난 3월 독일 지멘스가메사와 협약을 맺고 창원 공장 내에 14MW 해상풍력발전기 제조공장 구축을 위한 설계에 착수했다.

지멘스가메사는 기술이전과 인력지원을 담당하고, 양사는 생산·설치·시공·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 지멘스가메사 등 글로벌 선두업체들이 생산하는 14MW 이상 풍력터빈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14GW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 도입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소요 투자액만 약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대규모 시장에서 국산 터빈의 점유율이 높아질 경우 국내 풍력터빈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분야다. 국내 풍력터빈 업체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면, 향후 해외 수출까지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핵심 분야로서 풍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향후 해상풍력 보급 가속화 전략과 차기 풍력 경쟁입찰 로드맵 등 주요 정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입찰에서 제도개선 반영 예정

이번 상반기 입찰에서 미선정된 용량에 대해서는 하반기 및 차년도 이후 경쟁입찰을 통해 재추진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특히 하반기 공고에서는 풍력사업자 등과의 간담회와 경쟁입찰 설명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 제도개선을 거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해상풍력 밸류체인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국산보다 외국산이 선호됐던 관행이 정부 정책과 국산 기술력 향상에 힘입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진정한 도약을 위해서는 이번과 같은 정책적 지원과 함께 지속적인 기술개발 투자, 공급망 경쟁력 강화,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해상풍력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산 터빈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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