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 발행 놓고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정면 충돌
“단기적 법적 리스크 해결··· 장기적 주주와의 소통 강화 필요”

태광그룹의 섬유·석유화학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자기주식 24.41%를 담보로 32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하면서,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과의 극한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태광그룹의 섬유·석유화학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자기주식 24.41%를 담보로 32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하면서,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과의 극한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태광그룹의 섬유·석유화학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자기주식 24.41%를 담보로 32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하면서,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과의 극한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태광산업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 등 신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대규모 계획을 내세웠지만, 시장과 주주들은 실제 목적이 경영권 방어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 회피에 있다고 의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트러스톤은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해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되고, 경영권이 우호세력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상법 위반 및 배임 소지를 지적,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도 발행 신고서에 인수자 등 핵심 정보가 누락됐다며 정정명령을 내렸고, 일부 사외이사들도 주주가치 훼손과 세무 리스크를 이유로 반대했다. 논란이 커지자 태광산업은 후속 절차를 중단하고, 소액주주·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사주 소각 대신 EB 발행을 강행하려 한 시점, 경영권 방어 목적 논란, 정부 정책과의 충돌 등으로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훼손, 주가 하락, 평판 리스크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거래상대방과 세부 발행조건을 확정하지 않은 채 EB 발행을 의결했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공시 부실’ 정정명령을 받은 후에야 한국투자증권을 인수인으로 지정했다. 이는 상법상 이사회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절차적 하자로 지적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가 대비 과도한 할인 발행 구조다. 자기주식을 주당순자산가치(BPS)의 4분의 1 수준인 117만원에 처분하는 것은 명백한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3년 만기에 표면이율과 만기이율이 모두 0%인 조건은 일반적인 자금조달 목적으로는 비합리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5조 신사업 투자··· 성장동력 확보 전략은?

태광산업이 제시한 신사업 투자계획은 석유화학·섬유 등 전통 주력사업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화장품 2000억원, 폴리아릴레이트(PAR) 섬유 400억원, 청화소다·PET 해중합 기술 786억원 등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점은 투자 전문 자회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를 통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행보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공동운용사를 구성하고 애경산업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뷰티·헬스케어 분야 공격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정관 변경을 통해 에너지, 부동산 개발, 호텔·리조트, 블록체인 기반 금융까지 사업영역을 대폭 확대했다.

재무구조 양면성·자금조달 딜레마

태광산업의 재무건전성은 양호한 편이다. 부채비율 17.6%, 순차입금 마이너스 등 우수한 재무지표를 유지하고 있으며 보유 현금성 자산만 1조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투자 여력은 1조원 미만으로 추정돼 대규모 신사업 투자를 위해서는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EB 발행이 무산되거나 지연될 경우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신증권 차입, 회사채(CB) 발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거론되지만 각각 금리 부담, 시장 여건, 담보 제약 등의 한계가 있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심리 결과와 트러스톤의 추가 법적 대응이 태광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EB 발행이 최종 무산될 경우 신사업 투자 일정이 크게 지연되거나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 경영권 방어와 기업 성장 전략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절차적 투명성과 주주가치 보호의 중요성을 재확인 시켜준다.

태광산업으로서는 단기적으로는 법적 리스크 해소와 대안적 자금조달 방안 모색, 중장기적으로는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통한 신뢰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보유 자사주 기초 교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트러스톤 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향후 후속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소액주주 및 노동조합 등 이해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이들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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