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사전 대응, 현지 생산 확대·재고 확보로 ‘패닉바잉’ 수요 선점
하반기부터 본격 시험대… 부품 수급 및 관세 상승 등이 변수

현대자동차‧기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에 대응해 재고 확충, 미국 생산량 증대 등의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다.
현대차 미국법인과 기아 미국법인은 1일(현지시간) 6월 현지 판매량을 공개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6월 총 6만970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차는 올 상반기 총 43만928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상반기 판매 기록이다.
기아 미국법인 역시 6월 한 달간 7만3849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 감소한 수치지만, 상반기 누적 판매는 41만6411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수입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즉, 현대차·기아는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도 판매량이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그 비결은 '현지 생산'과 '재고 쌓기'다.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현지 공장 생산 물량을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동시에 관세 부과 이전에 미국 수출물량을 늘려 재고를 쌓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비했다. 결국 관세 부과 이전에 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패닉 바잉’(Panic Buying)이 일어났고, 이는 판매 호조로 이어졌다.
또한 미국 정부의 관세가 부과되자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내 판매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실제 미국의 자동차기업 포드는 지난 5월부터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종에 대한 인상을 결정했으며, BMW, 도요타 등도 7월부터 미국 현지 판매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기아는 6월까지 판매가격을 높이지 않고 유지함으로써 경쟁사 대비 판매 호조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전략으로 양사는 미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시장조사업체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1~5월 미국 시장에서 11.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0.5%)보다 0.5%포인트 오른 수치다.
다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관세 면제 물량으로 확보했던 비관세 재고가 대부분 소진됐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며, 현지 생산 차량의 부품 조달율은 아직 4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 미국 생산 거점의 경우 대부분의 핵심 부품을 한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하반기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에 본격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행 25%인 수입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고 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도 미국 내 판매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수익성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올해 하반기 신차 투입과 현지 생산능력 확충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특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신형 팰리세이드와 아이오닉 6 글로벌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며 기아도 EV4, 타스만(픽업트럭), PV5(PVB) 등 다양한 전기차 제품군을 투입할 계획이다.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 및 미국법인 본부장은 “도전적인 시장 환경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며 “하반기에도 유연하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며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