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초고압변압기 시장점유율 1위… 유럽 전역 확장
AI·신재생에너지로 인한 전력망 구축·재편 수요 증가가 원인

효성중공업이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유럽 전력시장에서 잇따른 대형 수주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AI 산업 확산으로 송전망 투자가 급증하는 유럽 시장을 일찍 겨냥한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 송전기업 '스코티시 파워(Scottish Power)'와 850억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효성중공업은 400kV 초고압변압기를 공급하며, 이 변압기는 스코틀랜드 내륙과 해안 풍력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도심까지 안정적으로 송전하는 데 사용된다.
효성중공업은 2015년 스코틀랜드에 처음 진출한 이후 10년간 제품 공급부터 유지보수까지 토털 솔루션 공급업체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2022년부터는 영국과 스코틀랜드 초고압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영국과 스코틀랜드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효성중공업은 2010년 국내 기업 최초로 영국 전력청 초고압변압기 주 공급업체로 선정된 이후 2020년 스웨덴 국영 전력청, 2023년 노르웨이 국영 송전회사 '스타넷'(Statnett) 등에 전력기기를 잇따라 수출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서유럽 핵심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프랑스 송전업체와 초고압변압기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초 추가 수주에 성공했고, 독일에서도 국내 기업 최초로 초고압변압기와 리액터 등 전력기기 장기공급 계약을 따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세계 유수의 전력기기 제조사들이 각축을 벌이는 기술 중심지이자, 까다로운 인증 기준과 엄격한 품질·납기 조건을 요구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효성중공업은 약 10년간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각국에서 신뢰를 구축해왔으며, 2024년 네덜란드 아른험에 유럽 R&D센터를 설립해 현지 기술 요구 사항 대응 능력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프랑스와의 장기공급 계약이 주요 레퍼런스 역할을 하면서 진입장벽이 높은 서유럽 국가에서 지속적인 수주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전력시장 성장을 일찍 예측한 조현준 효성 회장의 안목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은 "기후위기와 ICT·AI 산업 가속화로 전례 없는 변화를 맞고 있지만, 이런 변혁의 시기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때"라며 "전력 산업 분야에서 효성중공업을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동화, AI 산업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으로 송전망 개선과 구축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2030년까지 유럽 송전망 시장은 연평균 5~6% 성장해 전체 인프라 투자 규모가 약 1700억 유로(약 2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효성중공업은 유럽뿐만 아니라 북미, 중동,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전력인프라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수요가 급증하는 북미 시장 대응을 위해 미국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증설에 나서 기존 대비 생산능력을 약 2배 늘릴 계획이다.
한편 효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761억원, 영업이익 1024억원을 기록해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3%, 82.2% 증가한 수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