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美 변압기 공장에 2300억 추가 투자··· "AI 시대 전력망 시장 선점"

효성이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미국 내 최대 규모로 키운다. 효성중공업은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에 1억5700만달러(약 2300억원)를 추가 투자해 2028년까지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증설은 AI 전력 인프라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로써 효성중공업은 2020년 멤피스 공장 인수부터 이번 추가 증설까지 총 3억달러(약 4400억원)를 투자하게 됐다. 

◇ 美 765kV 초고압변압기 시장 리드… 생산 확대로 이어간다

효성중공업의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 유일하게 765kV 초고압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765kV 초고압변압기는 설계 및 생산 난이도가 높은 전력기기로, 기존 345kV나 500kV 대비 송전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효성중공업은 2010년대 초부터 미국 765kV 초고압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kV 초고압변압기의 절반 가까이를 효성중공업이 공급하고 있다. 초고압변압기는 전력 송전의 첫 단계에서 전압을 변환하는 핵심 설비로, 전력망의 안정성과 효율, 운영 신뢰도를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최근 노후 전력설비 교체와 AI 확산에 따른 전력망 확충 수요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미국 변압기 시장은 연평균 7.7% 성장해 2024년 122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서 2034년 257억달러(약 37조5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전력사업자들은 전체 전력 수요(약 750GW)의 15.5%에 해당하는 116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확정했다. 2040년까지 추가로 309GW 규모의 전력공급 확대도 추진 중이다.

전례 없는 대규모 전력공급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미국 주요 전력사업자들은 765kV 초고압 송전망 확충 계획을 본격 수립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번 현지 생산기반 강화로 고객들의 대용량 전력 설비 적기 공급 요구를 충족시켜 미국 시장 내 공급망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 조현준 회장 "글로벌 전력 인프라 게임체인저 되겠다"

효성중공업이 미국의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조 회장의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평가다.

실제 조 회장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이 향후 전력 인프라 시장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2020년 멤피스 공장을 인수했다. 당시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력시장의 성장성과 멤피스 공장의 넓은 부지 활용성을 고려해 과감하게 인수를 추진했다.

특히 조 회장은 AI 발전에 따른 전력인프라 도약점이 올 것으로 전망하고, 효성중공업이 글로벌 산업 재편을 이끌 전력 인프라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조 회장은 "전력 산업의 미래는 설비뿐 아니라 전력 흐름과 저장, 안정성을 통합 관리하는 역량에 있다"며 "이번 증설을 통한 북미 시장에서의 위상을 기반으로 글로벌 No.1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리더십과 기술력으로 효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기준 매출 1조6241억원, 영업이익 219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수주고는 약 1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전 세계에 걸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력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알 카아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을 비롯해 새프라 캐츠 오라클 CEO,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등 실리콘밸리 IT 전문가, 에너지업계 리더들을 만나 에너지 산업 변화와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올해 세 차례 만나 긴밀히 소통했고, 빌 리 테네시주지사와도 만나 멤피스 공장을 북미 전력산업의 핵심 기지로 만드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스타게이트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받고 적극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