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 특화··· 만성적자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변신
올해 1분기 매출2974억원·영업이익 525억원 호실적
전문가 “두산밥캣과 성장 궤적·그룹 내 위상 변화는 유사한 패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기업 DB하이텍이 DB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급부상하고 있다./DB하이텍 홈페이지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기업 DB하이텍이 DB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급부상하고 있다./DB하이텍 홈페이지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기업 DB하이텍이 DB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실적 호조와 신사업 진출, 그룹 내 위상 변화 등에서 두산그룹의 두산밥캣이 보여준 성공 패턴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밥캣이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동력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처럼 DB하이텍 역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974억원, 영업이익 5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28% 증가했다.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의 견조한 수요와 전력반도체 특화 경쟁력이 실적을 견인했다. 

DB하이텍은 지난 2010년대 초반까지 만성 적자에 시달렸으나, 전력반도체와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 성장에 힘입어 10년 만에 그룹 내 ‘효자 계열사’로 탈바꿈했다.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의 성장세가 두산그룹의 두산밥캣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밥캣은 북미 소형건설기계 시장을 장악하며 2024년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7%를 차지, 그룹의 재무 안정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DB하이텍 역시 중국 팹리스 고객 확대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증가로 그룹 내 수익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1조38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두산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7%를 차지했다. 이와 비교해 DB하이텍의 규모는 아직 작지만, 성장 궤적과 그룹 내 위상 변화는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두산밥캣은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DB하이텍은 중국 팹리스 고객 확보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두산밥캣이 북미 소형건설기계 시장 1위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듯이, DB하이텍도 전력반도체라는 특화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두산밥캣이 1분기에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매출액 2조982억원(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 영업이익 2000억원(39% 감소)을 기록한 것과 달리, DB하이텍은 같은 기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는 반도체와 건설기계라는 서로 다른 산업 사이클의 차이를 보여준다. 

12인치 파운드리·차세대 반도체로 도약 준비

DB하이텍은 올해부터 5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자해 12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다. 기존 8인치 대비 생산성이 2배 이상 높은 12인치 웨이퍼 생산을 통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실리콘 캐패시터, GaN·SiC 기반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신사업도 본격화한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6월 초도 양산을 시작으로 4분기 대량 양산에 돌입하며, GaN·SiC 반도체는 2026~2027년 본격 사업화가 목표다.

이 같은 행보는 두산밥캣이 북미 시장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신제품·신시장 개척으로 성장동력을 다변화한 전략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두산밥캣은 최근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신제품 출시와 신흥시장 진출로 매출 방어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단기 실적에는 긍정적이나, 기술 차별화와 고객 다변화 없이는 중장기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시장 의존도 확대··· 공급망 재편 위협 요인 

DB하이텍의 성장 이면에는 중국 시장 의존도 확대라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현재 DB하이텍의 중국 매출 비중은 58%에 달한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로 중국 팹리스 고객이 늘어난 덕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가속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DB하이텍이 두산밥캣처럼 그룹의 ‘캐시카우’로 완성형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12인치 파운드리 전환의 성공, 차세대 반도체 사업화, 중국 리스크 관리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업계 한 전문가는 “높은 공장 가동률(90%대)과 신사업 준비, 주주친화 정책 등은 DB하이텍이 DB그룹의 미래 성장과 재무 안정성을 책임질 ‘제2의 두산밥캣’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DB하이텍은 주주가치 제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순이익의 30%를 배당으로 환원하고, 배당 절차 역시 주주총회 이후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파운드리 업계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강화해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 신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이 기술 고도화와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다면, 그룹 내 위상은 물론 한국 반도체 산업 내 입지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