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AMD, AI칩 수출 규제" vs 中 협력 외친 젠슨 황
저사양 AI칩 보급에 삼성전자 반사이익 기대, 中 반도체 기업 성장은 위협

미국의 대중 AI칩 수출 규제로 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AI·반도체 산업. /AI생성형 이미지
미국의 대중 AI칩 수출 규제로 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AI·반도체 산업. /AI생성형 이미지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보복관세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라는 칼을 빼 들자, AI 산업이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를 비롯한 AMD, 인텔 등에 반도체 중국 수출을 제한하자 업계에서는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집중하고 있는 고역대폭 메모리(HBM) 시장에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9일 엔비디아에 중국 전용 AI칩 ‘H20’ 수출 시 허가증 획득을 의무화했으며, 14일에는 해당 규제를 무기한 적용한다고 통보했다. H20은 2023년 10월 수출규제 회피를 위해 연산성능을 H100 대비 1/6로 낮춘 제품으로, 알리바바·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량 발주해 왔다.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는 2~4월 분기에만 55억달러(약 7조8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되며, AMD도 MI308 칩 수출 차질로 8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H20의 중국 수출을 전면 제한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국가별 보편관세에 중국 정부가 보복 관세로 대응하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AI칩 수출규제로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H20과 유사한 AMD의 ‘MI308', 인텔의 ’가우디‘ 등의 AI칩도 중국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러한 규제가 AI 산업의 위축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AI 자립을 외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현상을 더욱 강화하는 역효과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젠슨 황 “미국의 수출 규제에도 중국과 지속 협력하겠다”

실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해 미국의 수출 규제에도 중국과 지속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수출규제에 전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이날 황 CEO는 런훙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과 만남을 가지고 “중국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중국과 계속 협력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일 뿐만 아니라 왕성하게 발전하는 AI 산업 생태계를 갖춘 곳으로, 규제를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어 중국 시장에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의 발언대로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더 낮은 사양의 제품들을 생산해 중국 수출을 시도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중국의 생성형 AI 기업 ‘딥시크’와 협력해 중국용 AI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의도대로 중국을 규제 대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 협력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AI 산업이 다시 한 번 격변할 수 잇는 상황에서 AI칩의 필수 메모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이목이 쏠린다.

일단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AI칩 수출 규제가 국내 기업에 당장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실제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물량을 이미 완판한 상황이다.

또한 향후 중국에 수출되는 AI칩의 경우 저사양으로 HBM3(4세대)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돼 이미 HBM3E(5세대) 12단 공급을 완료하고, HBM4(6세대)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는 영향이 미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에 수출될 AI칩에 저사양의 HBM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구형 HBM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HBM 매출에 HBM2E(3세대)와 HBM3(4세대)의 매출 비중은 30%에 달한다.

다만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에 이어 AI 자립을 외치고 있는 만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과 엔비디아와 협력을 통해 HBM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실제 중국은 내년까지 HBM 자급률 7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일부 메모리 기업들은 HBM2(2세대)까지 개발해 양산 중인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HBM3, 2027년 HBM3E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불확실성은 성장세에 있는 AI 산업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AI산업이 최근 미국과 중국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미국발 규제에 따른 지각변동은 한국에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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