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위기 직면"··· 제2의 '프랑크푸르트선언'
임직원 대상 교육서 반성 쇄신 메시지 전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진들에게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를 돌파하자고 말했다./인공지능생성 이미지, 그래픽=게티이미지 코리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진들에게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를 돌파하자고 말했다./인공지능생성 이미지, 그래픽=게티이미지 코리아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 문제에 직면했지만, 위기 마다 작동해 온 삼성 고유의 회복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위기 돌파를 위해 경영진부터 철저하게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진들에게 위기 돌파를 위한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를 주문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삼성 전계열사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진행된 이번 교육에 이 회장은 성우 내레이션과 자막 등으로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은 “1999년 다우 지수를 구성했던 30개 기업 중 24곳이 사라졌고, 이대로라면 우리도 잊혀질 것”이라며 위기론을 지적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들이 주춤하면서 위기론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주력 사업이던 반도체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 구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기술 리더십을 경쟁사에 내줬으며,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 반도체 업계의 추격을 받고 있다. 또한 TV, 스마트폰, 가전 등에서도 점유율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교육에서 이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메모리 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AI 시대에 대응 하지 못했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이 저조하다”며 질타했고, “디바이스경험(DX)부문(TV‧스마트폰 가전 등을 포괄 담당하는 사업부)은 제품의 품질이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회장은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며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없고,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다”고 총평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쇄신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 경영진부터 철저하게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위기극복의 해법으로 현장과 인재를 키워드로 꼽았다. 이 회장은 “적어도 1년의 절반 이상 고객과 시장을 찾아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파헤치고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이 회장은 “성과는 확실히 보상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삼성의 오랜 원칙”이라며 “필요하다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2년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이 이처럼 강도 높은 쇄신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교육에서 보여준 이 회장의 메시지를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지난 1993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일류가 되기 위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삼성 신경영’을 선언한 바 있다. 품질 불량으로 해외 판매가 저조했던 삼성전자는 이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강도 높은 품질 혁신을 추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회장의 이번 쇄신의 메시지도 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한 쇄신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실제 삼성은 지난해 11월 글로벌리서치 산하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올해 최초로 삼성전자의 시스템 LSI사업부에 경영진단을 실시하는 등 쇄신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든 삼성인들이 위기론을 직시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추진력을 모아야 할 때라고 공감하고 있다”며 “삼성은 위기에 강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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