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기후학자 파울 요제프 크뤼천과 유진 스토머는 현재의 지질 연대인 ‘홀로세’를 새로운 연대인 ‘인류세’로 바꾸자고 제안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000년에 기후학자 파울 요제프 크뤼천과 유진 스토머는 현재의 지질 연대인 ‘홀로세’를 새로운 연대인 ‘인류세’로 바꾸자고 제안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지구의 평균온도는 전례 없이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1950년 이후 70년 동안, 100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1℃가 올랐어요. 이는 지구 기후변화의 역사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라고 합니다. 인류가 개입하지 않던 시기에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온도 변화 속도보다 20배나 빠른 것이라고 해요. 자연적 요인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즉 인간의 영향으로 지구의 기후가 바뀌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를 가리켜 인류가 빚어낸 지질시대라는 의미로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커진 것이지요”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18~19쪽.

2000년 기후학자 파울 요제프 크뤼천과 유진 스토머는 현재의 지질 연대인 ‘홀로세’를 새로운 연대인 ‘인류세’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인류세는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의 지질학적 조성에 변화가 온 현시대를 인상적으로 표현한 용어다.

인류세 아이디어가 나온 이후 이와 관련 있으면서도 강조하는 바가 다른 여러 개념이 제안되었다. 자본주의가 생명과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자본세’가 대표적이다. 제이슨 무어는 자본주의를 경제시스템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나머지 지구 생명망의 관계를 엮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즈본 윌슨은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지고 인간과 가축, 곰팡이와 세균 정도만 남은 의로움의 시대가 왔다는 의미로 ‘고독세’라고 명명했다. 또한 과학사가 스티븐 파인은 인간이 내연기관을 사용해 대기를 뜨겁게 달구었으므로 현시대를 ‘화염세’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세’라는 개념도 있다. 예술사가 T.F. 데모스는 인간이 중심이 된 지질적 폭력은 가부장제 지배와 함께 널리 퍼져 있고, 그것은 생태살해 및 여성 살해와도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이 용어를 제안한다.

생태디자인 학자 조애너 뵈너트는 ‘생태세’를 지향하자고 제안한다. 인류세는 현재 일어나는 현실 묘사에 초점을 두고, 자본세는 현실이 이렇게 된 원인에 초점을 맞추지만, 생태세는 우리가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세상에 중심을 두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인권사회학자 조효제 교수는 그의 저서인 ‘탄소사회의 종말’에서 “20세기는 역사상 최악의 인간 몰살이 일어나고, 생태계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 개시된 시대이므로 그것의 잔혹성, 멸절성, 반생명성을 상기하는 차원에서 ‘학살세’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기후위기를 진단하고 그 심각성을 묘사하는 여러 가지 개념들은 기후위기가 인간의 ‘실존적’ 위기를 논해야 할 정도로 중차대한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다양한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다. 인류는 지금 기후위기라는 ‘비교할 기준이 없는 위기’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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