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한 경영행태에 국민 공분 확산…불매 운동 조짐도 보여

한진그룹의 윤리헌장. [출처=한진그룹 홈페이지]

 


한진그룹이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이번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문제다. 조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하고 배임했다는 혐의가 포착되면서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핵심 가치로 내걸었던 한진그룹의 윤리헌장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7일 경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공사와 영종도 ‘그랜드하얏트인천’ 호텔 신축공사가 동시에 진행된 기회를 이용, 자택 인테리어에 들어간 비용을 마치 호텔 공사비용인 것처럼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경찰은 이날 대한항공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배임) 혐의를 적용, 수사관 13명을 투입해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 수색 했다. 계약서 세무자료 등 공사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한 경찰은 관련 혐의 사실을 확인하겠다는 계획지만, 대한항공 측은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재계 14위 한진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뒤로한 채, ‘자기 배 늘리기’에만 급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질타가 쏟아졌다. 

[출처=트위터]

 


트위터 아이디 miracle****는 “국제적인 망신”이라며 “조현아는 땅콩 회항에 그 아버지는 횡령에 범죄 가문과 기업이 구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u_u_0_****는 “대한항공 압수 수색 떠서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검찰이 아닌 경찰이라 더 놀랐다”며 “적폐 재벌 청산합시다”고 말했다. op33****는 “대한항공 별로 안 좋아했는데, 앞으로 절대 대한항공 안 탈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을 향한 공분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조씨 일가의 부도덕한 경영 행태가 적발된 게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닌 탓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출처=한진그룹]

 


앞서 조 회장의 장녀인 조 부사장은 2014년 12월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서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아 난동을 부린데 이어,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인 사무장을 내리게 해 ‘재벌가 갑질 논란’을 촉발했다. 

또한 2015년 9월 조 회장은 고교 선배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탁을 받고 문 의원의 처남을 미국의 컨테이너 수리 업체에 컨설턴트로 취업시켰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지난해엔 대한항공이 계열사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부당 지원한 행위(일감 몰아주기)가 드러났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기내에서의 상품 판매를 하는 회사로 조 회장의 자녀들인 조 전 부사장‧조원태 부사장‧조현민 전무가 각각 33.3%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한항공은 2009년부터 싸이버스카이에 기내 면세점 구매 예약 웹사이트(싸이버스카이숍)의 운영을 맡겼으며, 이곳에서 발생하는 인터넷 광고 수익을 모두 싸이버스카이에 몰아줬다.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이 받아야 할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의 특혜를 제공했다. 일감 몰아주기가 일자 대한항공은 2015년 싸이버스카이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조양호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유니컨버스에 콜센터 운영 업무를 위탁한 뒤 시스템 장비에 대한 시설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올려줬다. 이 또한 논란이 일자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 지분을 사들인 같은 해 유니컨버스를 한진정보통신 콜센터 사업 부문에 팔아치웠다.  

한편 조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배임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동안 물의를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오르자 이날 한진그룹 주가는 일제히 바닥을 쳤다.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보다 2.18% 떨어진 3만5900원에 장을 마쳤다. 우선주인 대한항공우는 3.93% 내린 1만5050원,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2.2%)과 한진칼우(-3.44%)도 약세를 보였다. 

bakjunyoung@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