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연료인 '벙커C유' 질 낮아 대기오염물질 다량 발생

국내 연안을 오가는 여객선. [사진=환경TV DB]

 


부산, 인천 등 국내 거대 항만도시 곳곳이 대기오염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이 최대 수천 배에 이르는 탓이다. 

6일 해양수산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인천과 부산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는 각각 29㎍/㎥와 26㎍/㎥다. 이는 23㎍/㎥인 서울보다 높은 수치다. 

바닷바람이 불어 공기 질이 내륙보다 더 좋을 것 같은 항만도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은 이유는 질 낮은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때문이다. 

선박은 주로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이 연료엔 경유보다 최대 3500배 많은 황이 들어있는데, 이것이 연소되면서 황산화물과 초미세먼지 등 각종 대기오염물질이 만들어진다. 

개발원 관계자는 “육상에서 사용하는 경유는 황 함유 기준이 0.1% 이하인 데 반해 선박 연료로 쓰이는 벙커C유는 3.5%에 이른다”면서 “차량용 경유의 황 함유 기준이 0.001%인 점까지 고려하면 선박이 배출하는 황산화물 양은 경유차의 3500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객이 늘어 운항 횟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초대형 크루즈선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며 ”경유차의 1000배 수준인 시간당 약 1만ℓ의 벙커C유 속 황 함량을 고려하면, 크루즈선은 경유차 수백만 대에 이르는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개발원에 따르면 중국은 자체적으로 배출통제 구역을 지정해 선박 연료 규제에 나섰고, 미국은 선박의 운항속도를 줄여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제연합(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국가와 국가를 오가는 외항선엔 황 함유량 5%가 넘지 않는 연료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선박이 내뿜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가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에만 초점을 맞춰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육근형 해양수산개발원 해양환경·기후연구실장은 “육지와 달리 항만에는 대기오염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는 ‘상시관측망’ 하나 없다”며 “항만 곳곳에 상시 대기오염 관측망을 설치해 오염 배출량을 측정‧분석하고 발생 원인을 찾아 대기 오염 개선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는 지난달 지방자치단체, 항만공사(PA), 업계와 연구기관 관계자 등과 함께 항만 내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 7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다음 달까지 국내외 정책 동향과 항만 배출원 특성 등을 고려, 올해 말쯤 ‘항만 내 대기오염물질을 줄일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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