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전현직 임원 43명 무더기 검찰 고발..왜?

후계 구도 분쟁으로 '내홍'을 겪었던 롯데그룹이 이번에는 '외홍'에 휩싸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장남인 신동주 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회장, 여기에 '왕자의 난'에서는 방관자였던 장녀 신영자씨 등 롯데 일가가 29일 검찰 고발을 당했다.

이들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롯데그룹에서 판매한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 가족들이다. "살인 제품을 만들어 판 살인 기업 롯데쇼핑의 전현직 임원들을 구속·처벌해 주세요"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롯데 전현직 임원 43명 검찰 고발 
신격호 총괄회장 등 롯데家 총집합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9일 오후 1시쯤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한 롯데쇼핑 전현직 등기 임원 43명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이 고발 대상으로 삼은 43명은 롯데마트가 자사 '프라이빗 브랜드(PB)' 가습기살균제인 '와이즐렉'을 판매하기 시작한 시점인 2005년부터 지금까지 롯데쇼핑 임원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는 이들이다. 롯데마트는 롯데쇼핑을 소유한 모회사다.

이 기간 동안 모두 10명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롯데자이언트 구단주 직무대행을 거쳐 현재 롯데케미칼 고문을 맡고 있는 신동인 고문부터 신격호 총괄회장까지, 와이즐렉의 판매 시점과 관련이 있는 이들은 모두 명단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재직기간 순서로 신동인, 조병무, 조왕희, 김광섭, 이철우, 신동빈, 신헌 등 7명이 전직이다.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5촌 조카인 신동인씨는 1998년 4월부터 2005년 2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격호 회장 등이 이 자리를 거쳤다.

현직으로는 이인원, 신격호, 이원준 대표이사 등 3명이 검찰 고발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직 임원 중에는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씨도 포함됐다. 롯데그룹의 핵심 인물들이 다 포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롯데 가습기살균제 제품 피해자 61명…22명 사망
피해자들 "특별수사팀이 구속 수사해야"

와이즐렉 판매와 접점이 있는 모든 전현직 임원이 고발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와 연관이 깊다.

정부가 2014~2015년까지 시행한 1~2차 피해 조사 결과 모두 530명이 피해를 인정받았다. 이 중 80% 안팎은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인 '옥시싹싹'을 사용한 이들이다.

나머지 피해자들 중 롯데 와이즐렉을 사용한 뒤 피해 판정을 받은 이들은 모두 61명이다. 이중 36%인 22명은 이미 사망했다. 생존자는 39명이지만 이들 역시 여전히 폐손상 피해로 고통을 받는 중이다. 숫자로만 본다면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 제품 사용자에 이어 3번째로 많다.

게다가 지난해 말까지 3차로 추가 신청한 피해자들의 판정 결과가 나온다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사망자 32명과 생존 환자 98명 등 모두 130명에 달한다.

폐손상으로 폐이식을 받은 환자 사례. (자료사진)

 

롯데마트가 와이즐렉을 판매한 것은 2005년 부터다. 이후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판매가 전면 중단되기까지 7년간 제품을 판매했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점에 주목해 모두 43명의 전현직 임원들을 고발 대상으로 삼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옥시레킷벤키저와 같이 롯데는 지난 5년동안 단 한번도 자신의 제품을 사용하다 죽고 다친 피해자들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며 "지금 파악된 피해 숫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롯데그룹의 신씨 일가는 형제간, 부자간 회사소유권 분쟁에만 몰두하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해 철저히 나몰라라 해왔다"며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오열하는 피해자 모습.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롯데그룹 신씨 일가도 출국금지 될까
옥시레킷벤키저 사례도 있는데..

피해자들의 검찰 고발로 롯데쇼핑 책임 문제에 대한 바통은 검찰에게 넘어갔다.

현재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문제 수사를 위해 지난달 이철희 서울중앙지검 형사 2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 수사팀을 가동한 상태다. 이달 초 중순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특별 수사팀은 지난 23일 관련자들을 출국금지시키며 수사 의지를 다졌다.

출국금지된 인사들은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전 OCI 부회장), 노병용 전 롯데마트 사장(현 롯데물산 대표),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유통과 관련된 전현직 유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를 봤을 때 피해자들의 추가 고발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의 주요 인물들까지 출국 금지하는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이들을 모두 구속수사하고 단죄해 피해자와 가족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고, 이 사건으로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안전사회를 위한 믿음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게 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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