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희토류 등 80% 이상 중국 의존, 첨단산업 공급망 불안 지속
고려아연, 아연·연 제련 부산물서 희소금속 추출… 자원 안보에 매출도 쑥

고려아연은 아연·연 제련기술을 기반으로 희소금속 회수와 자급률 제고에 나서고 있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고려아연은 아연·연 제련기술을 기반으로 희소금속 회수와 자급률 제고에 나서고 있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한국 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소금속(희유금속)이 대부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반도체·방산 등 국가첨단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전략광물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면서 자원 안보가 산업 경쟁력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에 속도를 내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련 부산물에서 희소금속을 회수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이 자원 안보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 한국 산업, ‘희유금속 사슬’ 중국에 제대로 묶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의 ‘2025 희유금속 교역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희토류·인듐·안티몬 등 주요 희유금속의 대중(對中) 수입 비중이 절반을 넘거나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차전지 핵심소재인 리튬은 2024년 기준 한국의 리튬 수입 중 65%가 중국산이다. 칠레(27%), 아르헨티나(5%) 등이 뒤를 잇지만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리튬 화합물 부문에의 경우 중국 비중이 70%에 달한다

희토류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2024년 한국의 희토류 금속 수입 중 중국산은 79%로 집계됐다. 일본(11%), 남아프리카공화국(5%) 등이 뒤를 이었으나 사실상 중국이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희토류 화합물도 절반에 가까운 48%가 중국산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인듐 94% ▲안티모니 100%(정광 기준) ▲텔루르 52% 등 다수의 희유금속이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희소금속 장악력은 타 지역 대비 높은 비중으로 희소금속이 매장돼 있음은 물론, 희소금속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1990년대부터 비축·생산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중 의존 구조가 산업 전반의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리튬·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방산용 초합금, 풍력 터빈 등 미래 기술의 핵심 원료다. 특히 리튬은 배터리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공급 차질 시 배터리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 미국과 경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협상카드로 희토류 수출 규제 등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탄산리튬 등 핵심 광물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한국 배터리 기업의 생산 원가가 급등할 수 있다”며 “산업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 등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단기간 내 공급선 다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제련 부산물에서 회소금속 추출하는 고려아연, 대안으로 떠오르다

아연·연(납) 제련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서  인듐·게르마늄·안티모니·텔루륨 등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고려아연. 사진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된 희소금속 '안티모니'. /고려아연 제공
아연·연(납) 제련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서  인듐·게르마늄·안티모니·텔루륨 등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고려아연. 사진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된 희소금속 '안티모니'. /고려아연 제공

실제 국내 산업계도 희소금속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호주, 남아메리카 지역 국가(칠레,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희소금속은 일부 국가에 희소금속은 추출, 정제, 가공에서 매우 복잡하고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됨은 물론 새로운 광산을 찾아 희소금속을 확보하기 까지 막대한 비용이 든다. 공급망 다변화가 힘든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희소금속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아연·연 제련기술을 기반으로 희소금속 회수와 자급률 제고에 나서고 있다.

고려아연은 아연·연(납)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부터 인듐·게르마늄·안티모니·텔루륨 등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국내 유일의 제련기업이다. 연간 150톤의 인듐을 생산하며 전 세계 인듐 수요의 11%를 공급하고 있고, 안티모니·비스무트 등 전략광물도 함께 회수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국내 반도체·전자·방산 산업에 우선 공급된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희소금속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중국이 수출을 통제한 갈륨 생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갈륨은 반도체·LED·고속 통신칩 등 첨단소재 핵심 원료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98%를 차지해 대표적인 ‘공급망 병목 자원’으로 꼽힌다. 고려아연은 2027년까지 557억 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제련소에 연 15.5톤 규모의 갈륨 회수 공정을 신설 중이며, 2028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고려아연은 울산에 1400억원을 투자해 게르마늄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2028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연간 10톤 규모의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을 생산할 계획이다. 

핵심 소재인 희소금속을 대부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 산업계. /인공 지능 생성 이미지
핵심 소재인 희소금속을 대부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 산업계. /인공 지능 생성 이미지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근 전략광물 수요 증가와 함께 가격 상승 등으로 희소금속 부문의 사업 매출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매출은 물론 자원 안보에 있어서도 일조할 수 있는 사업이므로 희소금속 부문을 본업 수준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이차전지 소재·자원순환을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선정하고,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부산물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희소금속 사업은 신사업 트로이카 중 자원순환 부문의 핵심사업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고려아연의 희소금속 사업은 신사업이자 국가 자원 안보에도 일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광물 비축보다도 국내 제련 기술 기업과 재활용 산업 생태계 육성이 시급하다”며 “고려아연 같은 기업의 사례가 산업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인프라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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