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싱크탱크 포지티브머니 보고서

우리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국·중국·일본)’ 13개국 가운데 중하위권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이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싱크탱크 포지티브머니(posi+ivemoney)는 지난달 발간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녹색중앙은행 성적표' 보고서에서 한국에 총점 24점(만점 130점)을 부여했다. 이는 13개국 중 8번째에 해당한다.
포지티브머니는 이번 보고서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국·중국·일본)’ 13개국 중앙은행과 금융감독 기관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정책 수립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 분석하고 점수를 매겼다.
한국(24점)은 태국(25점)과 중간그룹으로 분류됐다. 선도그룹에는 중국(50점)·말레이시아(43점)·싱가포르(42점)·인도네시아(40점)·필리핀(40점)·일본(39점) 등이, 후발그룹에는 베트남(10점)·캄보디아(7점)·라오스(4점)·브루나이(2점)·미얀마(2점) 등이 속했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선도그룹은 녹색금융 투자나 규제 등 제도 설계나 실행 모두 국제적 모범 수준”이며 “중간그룹은 일부 제도·정책을 도입했으나 실행력이 미흡한 곳, 후발그룹은 초기 단계이거나 사실상 부재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세부 평가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한은의 통화정책은 50점 만점에 13점을 받아, 중국·일본(각 16점)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한은이 2023년 외환보유액 중 196억1000만달러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산으로 편입한 점, 석탄 및 화석연료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점, ESG 투자 확대 방침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은이 ‘지방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녹색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시중은행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당국이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를 발표하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보완해 녹색투자 확대에 나서려는 부분은 호평을 얻었다.
반면, 금융정책(3점)은 베트남(4점)에도 뒤처졌고,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캄보디아(2점)와 라오스·브루나이·미얀마(각 0점) 뿐이었다.
‘녹색여신 관리지침’의 경우 실제 대출 실적과 연계되지 않는 제한적 효과가 지적됐다. 녹색채권 발행량이 부족한 점도 낮게 평가됐다. 한은은 2021년 공개시장 운영 수단 중 하나인 증권대차 담보 대상 증권에 녹색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행하지 못했다.
ESG 공시 의무화 시기 역시 2026년 이후로 연기하는 등 정책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 밖에 금융기관 탄소중립 목표 공개 의무화 등 금융당국의 2050년 탄소중립 경로를 이끌 구속력 있는 핵심 정책이 부족한 점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동아시아 3국 중 한국을 제외한 중국·일본은 선두그룹에 포함됐다. 중국은 녹색대출 비중을 높이는 정량적 규제와 녹색채권 담보 인정 등 강력한 제도를 마련했다. 일본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협력해 녹색금융 촉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싱가포르 등이 한국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친다고도 꼬집었다.
포지티브머니는 “한은과 금융위가 통화 운영과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면서도 “실행력이 초기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조 허버트 포지티브머니 수석 연구원은 “더 큰 경제력과 환경 파괴 기여도가 큰 역사를 가진 국가들이 앞장서서, 그 지역과 너머의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자체적인 녹색중앙은행 정책을 개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기원 팀장은 “한은의 기후위기 대응 수준이 주요 아시아 중앙은행들에 비해 뒤처진 점이 드러났다”며 “역사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대한민국의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더 많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포지티브머니는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문헌 검토, 전문가 자문, 연구 기관과 소통 등으로 정책 자료를 수집했다. 국내 기후정책 민간 싱크탱크인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자문에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