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피해 은폐·축소 의혹에 여야 의원 "무능 아니면 고의"
펨토셀 관리 부실도 도마 위… 유통 관리 부실에 타 통신사 관리 취약
여야 의원 "경영진의 무능, 사퇴해야"… 김영섭 대표 "사태 수습에 만전"

해킹과 소액결제 피해에 대한 늑장 대응과 은폐 의혹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KT가 결국 국회 청문회로 불려 나왔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사건 축소와 은폐, 관리 부실의 전형”이라며 KT의 무능과 안일한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24일 전체회의를 갖고, KT 해킹 피해 및 불법 소액결제 사태 관련 청문회를 개최했다. 여야 의원들은 피해 은폐 의혹, 서버 폐기 논란, 펨토셀(불법 초소형 기지국) 관리 부실까지 총체적 난맥상을 지적하며 대표이사와 임원진의 책임을 거론했다.
◇ 여야 의원들 "KT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총체적 난국"
청문회가 시작되자 과방위 의원들은 일제히 KT의 논란을 하나하나 파해치며 성토했다.
우선 피해 범위 은폐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KT에서 발생한 소액결제 피해는 당초 서울 서남권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서초구, 동작구, 고양시 등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피해 범위와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폐가 아니면 무능”이라며 “구멍가게가 털려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꼬집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이 어떻게 KT를 믿고 서비스를 쓰겠느냐. 소비자 한 사람으로서 우려스럽다”며 "국민들에게 엄청나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KT의 서버 폐기 논란도 의원들의 추궁을 피하지 못했다. 앞서 KT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해킹 제보 이후 침해 징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두 차례 회신했고, 이후 오외부 업체로부터 외부보안업체로부터 침해 의심 정황이 있음을 보고받은 이후 서버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황태선 KT 정보보안실장은 “찜찜한 정황이 남아 있었지만 침해 흔적이 확인되지 않아 KISA에 없다고 회신했다”며 “8월 사업 전환 계획이 있어 서비스 조기 종료를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피해 은폐와 다를 바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한민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까지 KT의 태도를 보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KISA는 물론, 외부업체의 보고를 받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고 늑장대응하며 은폐의혹을 스스로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KT가 국가 기간 통신망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KT는 조직문화 자체가 한심하다. 수많은 경고 신호를 다 무시했다”며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공무원식 마인드에 갇혀 있다”고 질타했다.
◇ "어디서나 살 수 있는 펨토셀, 제대로 관리도 안해"
청문회에서는 펨토셀 관리 부실 문제도 집중 추궁됐다. 펨토셀은 통신 음영지역을 보완하는 장비로, 해커들이 이번 소액결제 범행에 악용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KT의 발표에 따르면, KT가 현재 사용하는 펨토셀은 18만9000대로, 최근 3개월간 전국에 약 23만2000대의 펨토셀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4만3000대는 최근 3개월 간 작동하지 않거나 고장난 펨토셀이라는 설명이다. KT는 지난 10일 1차 브리핑에서 KT가 운용 중인 펨토셀이 15만7000대라고 밝혔으나, 지난 18일 2차 브리핑에서 펨토셀 18만9000대를 운용 중이라고 정정한 바 있다.
문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일정 기간 미사용 시 장비를 자동 차단하고, 등록값까지 삭제하는 관리 체계를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KT는 통신 3사 중 펨토셀을 가장 많이 보급했지만 미사용 장비 자동 차단 시스템도, 위치 급변 시 등록값 삭제 체계도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KT는 고객 연락에만 의존해 회수한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후속 조치가 없다”며 “방치된 펨토셀이 해커들의 장비로 둔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펨토셀이 국내에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가짜 기지국, 차량 탑재용 고출력 장비, 휴대용 무선 기지국, 배낭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초소형 모델까지 알리바바나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판매·홍보되고 있다"며 증거화면을 띄우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 장비들은 이동통신 사용자의 가입자식별번호(IMSI)와 단말기식별번호(IMEI)를 수집할 수 있고, 사용 시 대상자에게 적발되거나 탐지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중국의 블렉마켓에서는 이미 가짜 기지국이 판매된다는 사실이 보도된바 있으며, 일부 구매자는 한국에 들여왔다가 다시 반출하는 등 장비의 이동이 있는 것 같다"며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 김영섭 KT 대표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

이러한 문제점이 속속 밝혀지는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은 김영섭 KT 대표이사를 비롯 경영진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민수 국민의힘 의원 등은 “KT는 해체 수준의 무능을 드러냈다”며 “대표직 연임에 연연하지 말고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 대표는 청문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소액결제 피해 등으로 고객과 국민께 불안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펨토셀 관리 부실 지적에 대해서도 “문제가 터지고 보니 여러 허점이 있었다. 접속 중단이나 위치 변화를 항상 모니터링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의원들이 자진 사퇴를 거론하자 김 대표는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청문회는 KT의 관리 부실과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동시에 드러내며,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국회 과방위는 후속 대책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