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코스닥150 ETF 26.4% 수익률 기록…"동조매수 현상" 확산
추종 매수 확대에 우려… “ETF 본래 성격은 장기 분산투자”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성과가 공개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대통령 따라하기' 투자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들인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을 공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28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ETF에 각각 2000만 원씩 투자했고, 5월부터 8월까지 코스피200 ETF를 추가로 400만 원 매입해 이날 종가 기준 약 26.4%의 수익률, 1160만 원가량의 평가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가 알려지자, 투자자들은 대통령이 산 ETF를 그대로 따라 사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 등에는 “같은 종목 사서 똑같이 수익 내보자”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KODEX 코스닥150,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200 등이 실제 투자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돌면서 해당 ETF들의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ETF는 운용사와 상품명이 달라 여러 종목이 상장돼 있지만, 투자자들은 대통령이 투자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상품에 매수세를 집중하고 있다.
다만 특정 ETF에 과도한 관심이 몰릴 경우 시장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운용사나 상품명을 공개하지 않고 단지 코스피200·코스닥150을 따라가는 ETF에 투자했다고만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근거로 특정 상품을 추정하며 따라 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대표 지수를 따라가는 ETF는 본래 장기 투자에 알맞은 안정적 상품이지만,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특정 종목에 매수세가 몰릴 경우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국내 ETF 시장 자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200을 기반으로 한 PLUS 200 ETF는 순자산총액이 8500억 원대에 이르며, 운용 보수도 연 0.017%로 낮아 대규모 자금이 몰리고 있다. TIGER 코스닥150 ETF 역시 순자산이 1600억 원을 넘겼고, 키움자산운용의 200 ETF는 4700억 원 이상을 기록 중이다. 시장 전반적으로 대표 지수 ETF에 대한 투자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개인 투자자와 기관 자금 모두 ETF로 흡수되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치적 이슈에 따른 단기 쏠림 현상보다는 ETF 본연의 투자 철학을 견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재명 ETF'라는 별칭이 시장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ETF는 기본적으로 주가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이라며 "정치적 관심사에 따른 단기 매수보다는 장기 관점에서 분산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