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미국·사우디서 HVAC 수주… 2030년 매출 20조 정조준
압축기·모터·펌프 등 코어테크 부품 자체 개발로 경쟁력 확보
창원 R&D 거점 설립·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가속화

LG전자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HVAC 사업에서만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핵심기술 내재화와 시장 확대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 싱가포르 이어 미국, 사우디에서도 전해진 낭보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조주완 LG전자 사장 등 LG전자 경영진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네옴시티 내 첨단산업단지(옥사곤)에 설치될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만남을 갖고, 초대형 냉각 솔루션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본 계약은 아니지만 조주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협상에 나선 만큼,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또한 조 사장은 같은 날 SNS를 통해 미국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그는 “첨단 프리쿨링 기능을 갖춘 칠러를 공급해 글로벌 AI 인프라의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켰다”며 “LG전자의 기술 경쟁력을 다시 입증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수주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LG전자는 올해 4월 싱가포르 투아스 지역 초대형 물류센터에 맞춤형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Multi V I)를 공급하며 동남아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당시 계약은 업계 1위인 일본 다이킨 사를 제치고 따낸 계약으로 주목받았다.
◇ 차별화된 기술력과 현지 네트워킹으로 시장 공략, 2030년 20조 매출 목표

HVAC는 난방(Heating), 환기(Ventilation), 냉방‧공조(Air Conditoning)의 약자로, 말그대로 온도, 습도, 공기질 등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시장조사기관 IBIS 월드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의 규모는 2023년 584억 달러에서 2028년 61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LG전자는 HVAC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기술력 확보와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HVAC 사업을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ES사업본부로 독립시켰다. ES본부는 2030년까지 HVAC 사업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의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전용 냉각 솔루션 등 미래 수요가 커지는 영역을 선점해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가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은 기술 내재화다. 압축기, 모터, 펌프, 열교환기, 인버터 등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해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을 확보했다. 특히 가상센서 기술을 적용해 센서 고장 시에도 데이터를 보정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히트펌프 분야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LG전자의 주거·상업용 히트펌프 라인업 ‘써마브이(Therma V)’에는 자연냉매(R290)와 고효율 인버터 스크롤 컴프레서가 적용돼 친환경성과 효율을 모두 갖췄다.
뿐만 아니라 LG전자는 데이터센터용 열관리 솔루션에도 칠러를 활용한 공기냉각 방식과 칩을 직접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연구개발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초 평택 칠러 공장에는 실제 데이터센터와 유사한 테스트베드를 마련해 냉각 성능 실험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LG전자는 최근 경남 창원에 차세대 HVAC 연구거점인 ‘LG HVAC R&D 센터’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약 500억원을 투자해 국립창원대 안에 2027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는 이 센터는 에어컨, 히트펌프, 데이터센터용 칠러 등 차세대 솔루션 연구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LG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알래스카, 노르웨이 오슬로, 중국 하얼빈 등의 다양한 기후 조건을 가진 국가의 기업, 연구기관 등과 협업해 HVAC 솔루션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북미·유럽은 물론 인도, 사우디, 싱가포르 등 신흥시장까지 생산·개발·서비스 거점을 확대해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 5월 인도·동남아를 시작으로 6월 중동, 7월 중남미, 8월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 ‘LG LATAM 컨설턴트 클럽’을 개최하며 현지 HVAC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성장을 위해 데이터센터부터 상업용·가정용을 아우르는 HVAC 코어테크 기술을 고도화하고 환경 친화적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오랜 기간 공들을여온 HVAC 사업이 해외에서 먹히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며 “HVAC는 AI, 친환경, 에너지 절감 흐름이 맞물린 분야여서 글로벌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