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 인수 무산·페퍼 협상 불확실 속에서도 자산 13조6000억 원으로 업계 1위
부실채권 정리·리스크 관리 병행하며 종합 금융그룹 전환 발판 마련

OK저축은행이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M&A)에 과감히 나서면서 업계 1위 자리를 넘어서는 전략적 도약을 꾀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동시에 검토하며 영업권 확장과 자산 다각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 지표 역시 점진적인 개선 흐름을 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을 동시에 겨냥한 시도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를 넘어 전략적 의미가 컸다. OK저축은행은 그간 수도권과 일부 광역권에 영업망이 집중돼 있었는데, 상상인은 경기·인천권에, 페퍼는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두 회사를 품게 된다면 단숨에 전국적 영업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점유율 확대와 함께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상상인 인수는 협상 과정에서 가격과 조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페퍼저축은행 인수도 한때 실사가 진행됐으나 최근에는 협상이 중단되며 향방이 불확실해졌다. 그럼에도 OK저축은행이 보여준 행보는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려는 전략적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는다.
외형 성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기준 OK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약 13조6000억 원으로, SBI저축은행을 제치고 업계 선두에 올랐다. 이는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예금 유치, 공격적인 마케팅, 유가증권 비중 확대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순이익은 114억 원으로 여전히 경쟁사와 격차가 있지만, 외형 확장 과정에서 수익성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 성장 기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재무 건전성 강화 노력도 이어졌다. 과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높아 연체율과 부실채권 관리에 부담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와 충당금 확충을 통해 체질 개선을 꾀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점진적으로 안정세를 되찾았고, 금융당국 현장 검사에서도 무리 없이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명확한 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대규모 손실 처리와 조정 과정을 통해 불안 요인을 줄여나간 점은 업계 전반에서도 긍정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OK저축은행은 인수 대상의 리스크가 기존 자산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철저한 실사를 진행했다. 상상인 인수 무산은 단순한 실패라기보다는 무리한 조건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접근으로 해석된다.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전망을 꼼꼼히 따지는 태도는 무분별한 확장을 경계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페퍼 인수 역시 협상이 멈추며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둔 전략적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OK저축은행이 보여준 행보는 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 업계는 최근 몇 년간 외형은 커졌으나 건전성과 수익성 문제로 성장의 제약을 받아왔다. OK저축은행의 사례는 외형 확대와 리스크 관리가 병행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업계 재편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자산 규모를 확대하면서도 부실 정리를 통해 기초 체력을 다진다는 점에서 단순한 순위 경쟁을 넘어 업계 체질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OK저축은행은 단기 실적보다 장기 전략에 무게를 두는 길을 선택했다. 외형 확대, 영업권 다변화, 재무 건전성 강화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며 단순한 업계 1위가 아니라 종합 금융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협상 결렬과 협상 중단이라는 결과 속에서도 드러난 경영 기조는 무리한 확장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중시하는 방향이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인수합병 추진과 관련해 “우리는 인수를 단순히 규모 확대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전망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