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반 ATM 축소 추세 속 디지털 전환 가속화
고령층·현금 이용자 불편 가중… 대체 수단 마련 과제로

오는 9월 24일부로 롯데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 엘포인트(L.POINT)의 ATM 출금과 포인트 충전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다. /롯데멤버스
오는 9월 24일부로 롯데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 엘포인트(L.POINT)의 ATM 출금과 포인트 충전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다. /롯데멤버스

오는 9월 24일부로 롯데 통합 멤버십 서비스 엘포인트(L.POINT)의 ATM 출금과 포인트 충전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다. 단순한 편의 기능 축소로 보일 수 있지만, 최근 금융권 전반에서 은행·간편결제사·핀테크 기업까지 ATM 채널을 줄이는 움직임이 거세지며 금융소비자의 접근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현금 사용이 많은 소비자에게는 불편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롯데 엘포인트 운영사 롯데멤버스는 내달 24일부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ATM 출금과 포인트 충전 서비스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 ATM을 통해 충전한 포인트는 유효기간 내 사용 가능하다. 

올해 초 기준 엘포인트는 약 43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 이용 인원은 연인원 기준 1억9000만 명에 달하며, 월간 이용 회원 수(MAU)는 약 1016만 명, 연간 이용 회원 수는 약 2150만 명 수준이다. 포인트 적립과 사용을 포함한 연간 거래 규모는 약 3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회원 수와 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엘포인트의 ATM 서비스 중단은 상당수 금융소비자에게 불편을 안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엘포인트 앱을 통해 계좌를 등록 후 편의점 ATM 등을 통해 출금하거나 포인트를 충전하는 방식이 가능했지만, 오는 9월 24일 이후에는 이 방식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모바일 뱅킹이나 온라인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지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ATM 기기를 통한 현금 출금과 포인트 충전 서비스만 종료 대상이며, 다른 기능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엘포인트 멤버십 고도화와 앱 강화를 위해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며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회원들은 앱 내 계좌 등록을 통해 간편하게 포인트를 충전할 수 있고, 충전결제 시 3% 무한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달에는 다이소, 빽다방 등 20여 개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최대 2% 추가 적립이 가능한 ‘플러스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며 “앞으로도 고객 편의성과 혜택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의 배경을 비용 효율성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서 찾고 있다. ATM 제휴와 운영에는 상당한 수수료와 관리비용이 발생하는데, 실제 이용률은 모바일 결제나 계좌 연동 충전에 비해 낮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은행이나 카드사, 간편결제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은행권은 지점 감축과 더불어 ATM 축소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ATM은 최근 2년 사이 1200대 넘게 줄었고, 지난해 기준 1만5576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국적으로는 2019년 말 대비 약 25%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축소가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니라 디지털 금융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접근성 저하에 대한 우려 역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은행과 대조적으로 편의점 ATM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GS25는 최근 기준 1만3000대가 넘는 ATM을 확보했고, 연간 이용 건수는 약 4000만 건, 거래 규모는 1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CU 역시 설치 점포 수와 출금 건수가 동시에 증가했다. 은행권의 ATM 감축을 편의점이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편의점 ATM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간편결제·핀테크 업계도 ATM 정책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뱅크는 이달 1일부터 ATM 수수료 체계를 바꿔 월 30회까지는 무료지만, 초과 시 최대 15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사실상 무제한 무료가 끝난 것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ATM 수수료 전면 면제 정책을 계속 유지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제휴 ATM에서 머니카드로 인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 하루 한도를 30만 원으로 두고 있다. 핀테크들도 각자의 전략에 따라 수수료·제휴 정책을 선별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이다. 

이같이 금융업계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금융소외 지역을 줄이고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금융맵’ 서비스를 구축해 ATM과 은행 지점 위치, 수수료, 폐쇄 예정 정보 등을 민간 지도 플랫폼과 연계해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지도나 티맵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연동해 접근성을 높이고, 은행권에는 공동 ATM 확대 설치를 추진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촘촘한 보완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 카드사, 간편결제사 모두 비용 효율성과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면서 ATM 채널 축소는 불가피한 추세가 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금융소비자, 특히 고령층과 현금 의존도가 높은 계층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체 수단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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