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메리츠·토스 등 잇단 장애… 투자자 불만 확산에도 '뒷북 대처' 반복
“전산 리스크, 제도적 감시체계 필요” 지적

올 1분기 증권업계가 전산 시스템에 수천억 원을 투입했지만, 장애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픽사베이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올 1분기 증권업계가 전산 시스템에 수천억 원을 투입했지만, 장애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픽사베이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올 1분기 증권업계가 전산 시스템에 수천억 원을 투입했지만, 장애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토스증권 등 다수 증권사에서 접속 지연, 주문 체결 오류 등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 투입에도 전산 장애가 잇따르자, 시스템의 구조적 투명성과 사전 점검 체계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증권사의 전산투자비는 △2022년 7800억 원 △2023년 8500억 원 △2024년 9600억 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기간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도 16조 원에서 23조 원으로 늘어났고, 증권사들은 서버 이중화, 실시간 처리 시스템, 프로그램 검증 고도화 등에 집중 투자했다. 올 1분기 기준 주요 증권사의 전산투자비는 키움증권 301억 원, 삼성증권 267억 원, 미래에셋증권 230억 원, KB증권 189억 원, 신한투자증권 128억 원, NH투자증권 95억 원, 하나증권 84억 원, 한국투자증권 85억 원, 토스증권 70억 원 순이었다.

하지만 장애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전산투자비가 가장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4월 초 이틀 동안 주문 체결 시스템 오류로 1만8000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메리츠증권도 해외주식 주문 오류가 여러 차례 발생해 일부 고객이 주문 처리에 실패했다.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접속 지연 및 체결 오류가 빈번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4년간 34건 이상의 전산 장애를 기록했고, 핀테크 업체들도 시스템 확장이 빠른 반면 재해복구 체계와 테스트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올 1분기 증권업계가 전산 시스템에 수천억 원을 투입했지만, 장애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올 1분기 증권업계가 전산 시스템에 수천억 원을 투입했지만, 장애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투자자들이 체감한 장애 경험은 결제 오류, 화면 멈춤, 체결 지연 등이 주를 이룬다. 특히 MTS 기반 연금저축 계좌나 ISA 계좌를 이용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는 “3초 지연으로 수익 손실”이라는 사례도 나왔으며, 커뮤니티에는 “몇 번 재설치해도 오류가 반복된다”, “주문하고 화면만 멈춰 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장애가 반복되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이는 고객 이탈로도 연결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올해 1분기 전산 관련 민원이 수천 건에 달하자, “장애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구조적 개선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사전 예방과 시스템 점검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장애 발생 시 소비자 권익 침해가 직접 일어나는 만큼, 사후 대응보다 사전 대응 체계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산장애 사태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내부의 통제와 기술 대응을 넘어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산 안정성 인증제’나 ‘장애 발생 시 의무 리포트 제도’ 등을 도입해 시스템 복구 과정과 내부 점검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 구조 없이는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산 투입은 눈에 보이지만 소비자의 체감은 낮다”며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 소비자의 신뢰는 빠르게 무너지며, 하루 투자 비용보다 안정적 거래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막대한 IT 투자 예산 그 자체가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조적 투명성과 안정성”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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