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폐기물수거 차량접근 차단·피난시설 앞 실외기 배치…
법 위반에도 책임 소지 전가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청량리메트로블(용두동)에 차량 접근이 곤란한 곳에 생활폐기물시설을 설치하고, 화재피난사다리 이용이 불편한 곳에 상가 에어컨 실외기를 두면서 입주예정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 품질점검단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지만, 현대건설은 동대문구청 인허가를 받았다며 설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동대문구청은 별다른 대응 없이 방관하고 있어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분리수거 차량 접근 불가능한 곳 ‘생활폐기장’ 설치
현재 용두동 내 준공된 현대힐스테이트의 생활폐기물 시설은 1층으로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곳에 설치돼 있다. 이마저도 성인 남성 한명이 한쪽 팔만 뻗어도 꽉 차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8조에 따르면 "주택단지에는 생활폐기물보관시설 또는 용기를 설치하여야 하며, 그 설치장소는 차량의 출입이 가능하고 주민의 이용에 편리한 곳이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시행사 측은 이를 어긴 것이다.
무엇보다 상가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도 함께 사용된다는 점이다. 현재 용두동에 설치된 생활폐기물보관시설은 입주민들이 드나드는 출입구 옆에 설치돼 있다. 생활폐기물외 상가 발생한 폐기물도 함께 보관 후 처리된다면, 입주민들이 큰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분리수거장이 3면이 막힌 밀폐된 공간에 설치돼 여름철 악취가 더 극심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위로 뚫린 공간은 가림막으로 막아놨지만 주거세대의 창문이 바로 위에 있어, 주거세대에서 쓰레기나 담배꽁초 등을 무단 투기할 경우 가림막에 쌓이는 구조로 화재 발생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품질점검단도 현장 방문 후 "어떻게 이런 설계가 승인됐는지 의문"이라며 강한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동대문구청 주거정비과에서는 "쓰레기차가 반드시 진입해야 되는 건 아니다“며 ”원활하게 수거가 되면 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거계획에 대해 묻자,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다’며 답변을 피했다.

피난사다리 앞 실외기 배치로 ‘소방법 위반’ 가능성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상가 에어컨 실외기 때문에 피난사다리에 접근하기 어려워진 점이다. 피난사다리 앞쪽에 실외기와 조경시설이 설치되어 있어서, 화재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위험이 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제1항에 따르면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상가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된 공간은 4층 공동주택 공용부 공간이다. 해당 층에 설치된 실외기는 15대로 이 중 상가 실외기는 12대다. 나머지 3대의 경우 공동주택 커뮤니티 공간과 연결된 것들 뿐이었다.
서울시 품질점검단은 “입주민 전용 공간으로 이 구역을 다시 구획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구조에서 향후 입주민과 상가 주민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판례에 따르면 입주민 공용 공간도 입주민의 주거공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허가 없이 입주민 공용공간에 들어올 경우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 관계자는 “저희는 인허가된 대로 시공한 상황으로 문제없다”며 “입주민들에게 엘리베이터 에어컨을 설치해주며 입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대문구청 주거정비과에서는 인허가된 상황으로 현재 실외기 위치 변경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주거침입 문제 등 입주민과 상가주민 간 갈등 발생 및 문제 소지에 대해선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최근 건축의 구조적 결함으로 건설사와 입주민 간 갈등이 빈번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준공 후 잘못된 설계로 입주민과 갈등을 빚었다. 4층 공용공간에서 일부 입주민들의 사생활 공간을 볼 수 있게 설계해 큰 논란이 됐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4층 정원의 기본 설계는 모두 시행사가 했고 우리는 그 설계대로 지었을 뿐”이라고 해명하며 입주민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또한 설계도면대로 공사했더라도 설계도서 검토의무가 있기 때문에 법령과 기준을 위반한 경우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특히 품질점검단의 지적사항을 미이행한다면 과태료나 행정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