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외부공간이라 문제없다" vs 입주민 "주거침입죄 소지“

서울 동대문구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 상가용 에어컨 실외기 설치를 둘러싼 건설사와 입주예정자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4층 공용공간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현대건설 간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동대문구청이 "인허가 완료"를 이유로 중재를 거부하면서 논란이다.
“주거침입죄 3년 이하 징역” vs “건물 전체 공간”
분쟁의 씨앗이 된 에어컨 실외기는 4층의 필로티 부분에 존재한다. 해당구역에 약 17대의 주거용과 상가용 실외기가 혼재돼 섞여 있는 상황이다. 입주예정자들의 대표 격인 입주예정협의회(이하 입예협)에서는 해당 실외기 중 상가부분의 것을 상가 층으로 내려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이다.
해당 건물의 경우 상가는 1~3층에 배치되고, 4층부터 주거용 입주자를 위한 카페, 피트니스 시설 등 편의시설이 존재한다. 상가와 주거용 부분으로 통하는 출입구도 다르다. 1~3층은 상가구간 출입구로 이용할 수 있지만 4층부터는 보안시설이 설치된 별도 출입구로만 들어올 수 있다.
현장을 둘려본 결과 실제 상가구역인 1~3층 필로티 구간에 배치된 실외기는 ‘0’개다. 오로지 4층에만 필로티 공간에만 실외기 배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층 필로티 공간은 1층 주거용 출입구의 보안 시설을 통과해서만 올 수 있는 구조였다. 동선을 고려할 때 사실상 주거용 공용시설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이 같은 구조는 분쟁을 더욱 가속시키는 요인이다. 최근 판례에 따르면 입주자 공용공간에 허락 없이 출입할 경우 ‘주거침입죄’가 적용된 사례가 있다. 주거칩입죄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때문에 향후 분쟁이 계속돼 주거용 입주민들의 상가 관계자의 복도 출입을 거부할 경우 상가 실외기는 수리와 점검도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주거침입 분쟁 외에도 화재 위험성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위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입예협 측은 “4층이 화재 발생 시 입주민들의 비상 대피소 역할을 하는데 실외기가 대피에 방해될 소지가 있고,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9조'에 따라 입주민 동의 없이 제3자가 공용부를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건설 측은 “2,3층 복도(테라스)는 상가 면적에 포함되어 이동이 어렵다”며 “4층 복도(테라스) 면적은 외부공간(필로티)으로 건물 전체에 주어진 공간이므로 설치에 이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문가 “현대건설 답변, 법적 근거 없어”…형평성 논란
건축 설계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의 주장이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사실관계도 틀렸다”고 입을 모았다.
근린생활시설(근생)용 실외기는 원칙적으로 근생용 실외기실이나 복도에 설치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또 현대건설이 주장한 “2-3층은 상가 면적에 포함되어 이동이 어렵다”는 답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복도에 노출 설치하더라도 실외기의 면적이 별도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대건설이 4층 필로티 공간을 건물 전체에 주어진 공간이라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필로티가 면적에 제외되는 부분은 맞지만 ‘공동주택 용도’이거나 ‘공중의 보행 또는 차량의 통행이 가능할 때’에 면적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결국 ‘건물 전체에 주어진 공간’이란 해석 자체가 틀린 셈이다.
이에 입예협 측은 현대건설이 층수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상가구역인 2~3층에도 서비스면적인 공간이 있어, 상가용 실외기를 해당공간에 옮기면 해결될 문제임에도 굳이 출입 제한된 4층을 고집한다는 설명이다.
입예협 관계자는 “상가구역의 서비스면적도 존재하는데 층수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편의적 해석”이라며 “1~3층 필로티 구간에는 실외기를 전혀 설치하지 않으면서, 4층 필로티 구간에만 노출된 실외기를 집중 배치한 것은 상가 미관만 보호하고 주거용 입주자 공간만 희생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추가로 실외기로 인한 피해를 우려했다. 실제 4층에 에어컨 실외기가 존재하는 구역 위층인 5층부터는 주거공간이다. 이에 본지에서 현대건설에 “4층 위 5층 주거공간의 소음·발열·분진 피해 발생 시 현대건설 또는 시행사 측이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의향이 있느냐”고 직접 질의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동대문구청 “인허가 났고, 책임 없다”
동대문구청의 대응도 논란이다. 입주예정자협의회가 동대문구 주거정비과와 통화한 내용에 따르면, 구청은 실외기 설치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거부하며 “전화로 묻지 말고 민원을 문서로 넣으라”고 답변을 미뤘다.
구청의 입장은 명확하다. ‘건물 인허가 났고, 책임은 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건물의 경우 현 시점까지 준공승인 또는 사용승인을 마치지 않은 상태다.
인허가는 건축물 건립단계 초기로 설계도면 등 서류로만 검토된다. 이후 공사에 대한 '감리 및 점검' 절차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건물이 안전하고 법규에 적합하게 건축되었는지 재확인을 거쳐 준공승인이 이뤄진다. 해당 부분은 서울시가 진행한 공동주택 품질점검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입예협 관계자는 “허가를 내준 곳이 구청인데 문제가 불거지자 시공사와 입주민 간 다툼으로만 치부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행정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양측 간 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입장 차이가 커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