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미국 상원을 통과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하원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진입하면 미국 경제는 물론 국내 개인·기업·정부의 외화결제·송금·환율 방식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 따르면 하원은 이번 주 ‘지니어스 법(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 GENIUS Act)’을 포함한 가상자산 관련 3개 법안에 대한 표결에 나선다.
이날 CNBC는 “하원 지도부가 지난 6월 상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아 통과한 지니어스 법안을 통과시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보도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은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디지털 자산 및 암호화폐 의제의 전 범위를 실현하기 위해 단호한 조처를 하고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지니어스 법안은 은행·비은행 발행자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연방 차원에서 감독하되, 각 주에서 면허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도록 규정해 미국 내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공식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1610억달러(약 217조원)로, 테더(USDT, 1120억달러)와 유에스디코인(USDC, 320억달러)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글로벌 결제 기반과 결합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올라서면, 수수료 절감과 속도 개선 덕에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내국인이 해외에서 신용·체크카드로 결제 시 부과되는 국제브랜드 및 해외서비스 수수료(약 0.8%)를 0.05%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해외은행으로 송금하거나 국내은행에서 수령할 때 발생하는 송금 수수료(약 5~10달러), 전신료(15달러), 중계은행 수수료(10~18달러), 환전 수수료 등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 역시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전자가 국경 간 자금 이체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연간 최소 668억원, 최대 1434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현 국제 송금망(SWIFT)을 통한 송금은 1~4영업일 정도 걸리지만,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면 24시간 거의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다. 중간 단계 제거, 과정 자동화, 인건비 절감 등으로 송금 수수료 역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원화 결제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개인·기업이 낮은 수수료와 빠른 정산 속도 등을 이유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송금을 하면, 현행 외환 및 가상자산 규제 체계를 우회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약 640만명)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송금·투자 수단으로 병용하면, 외환시장과 결제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중앙은행)의 외환 수급과 환율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