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분담, 상용화 계획, 장기 로드맵 필요”
연합회 통해 이견 조율… 일정 지연 불가피

한국은행과 은행권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프로젝트 한강)’에 관한 이견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한은의 장기 전략 부재와 비용 분담 의지 부족 등에 대해 은행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2차 테스트 일정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한은 총재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은행연합회는 사원(회원사) 은행들에 ‘한은 관련 업무 현안 사항’ 문서를 배포했다. 그간 사원은행의 의견을 수렴해 진행 중인 현안을 정리한 참고 자료였다.
이 문서에서 은행권은 “현재 진행 중인 ‘(CBDC) 1차 테스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나, 후속(2차) 테스트의 진행과 관련해 한은과 이견이 존재해 조율 중”이라며 “후속 테스트 내용을 고려 시 은행 내부에서 단순히 기존 테스트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내부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CBDC 2차 테스트의 범위가 ‘개인 간 송금’, ‘추가 가맹처 발굴’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1차 테스트 때 고려하지 않았던 의심거래보고제도(STR)·이상거래감지시스템(FDS) 등 정책 요건 수립, 추가 전산 개발, 추가 사업 예산 집행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은행권의 문제 제기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한은과 은행권 모든 유관 부서가 참여하는 ‘CBDC 일반 이용자 실거래 테스트 태스크포스(TF)’ 구성 △테스트 이후 상용화 계획을 포함한 장기 로드맵 수립 △일정 현실적 조정 등을 한은에 요구한 상태다. ‘한은 주관 실무자회의’, ‘한은-은행연합회 회의’ 등을 통해 이견을 조율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CBDC) 1차 테스트는 기본 기능(제조·발행·유통 등) 검증이었고, 2차 때는 실제 금융 거래 환경과 유사한 시나리오가 적용된다”라며 “STR·FDS 도입 등으로 내부 시스템도 새로 구축해야 하고, 이를 운영할 인력도 더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한강’ 1차 테스트에 참여한 7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은행)은 이 실험을 위해 각각 30억~60억원을 투입했으나 한은은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았다.
한은은 최근에야 비용 분담 의사를 내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은행장을 각각 찾아가 하반기로 예정된 ‘프로젝트 아고라’ 참여 요청과 함께 ‘프로젝트 한강’ 2차 테스트 비용의 3분의 1을 부담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한강’이 국내 금융 시스템 및 결제 환경에서 CBDC 활용성을 가능성을 검증하는 사업이라면, ‘프로젝트 아고라’는 글로벌 결제 인프라에서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 개선을 위한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다. 민관 협력 구조여서 각국 중앙은행과 민간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다만, 은행권은 비용 분담뿐 아니라 장기 로드맵과 상용화 계획 수립 등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아 CBDC 2차 실험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6개월, 길면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