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50% 급등·물가 2%p 추가 상승···
수출 경쟁력 약화로 최악 상황 맞을 수도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한국 경제가 에너지 공급망 마비, 물가 급등, 수출 경쟁력 하락이라는 '3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의 에너지 취약성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하면 국제 유가 130달러 돌파
호르무즈 해협은 일일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5%, LNG 수송량의 33%를 담당하는 에너지 생명선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95% 이상이 이 해협을 지난다.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은 현재 70달러대에서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가 수준을 상회하는 것이다.
JP모건과 시티그룹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봉쇄 시 유가가 5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급등은 미국과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을 각각 6%, 4%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공급망 차질로 인한 에너지 파생상품 가격 폭등이 전 산업에 연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이란 핵시설 공습 소식이 전해진 직후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하루에 각각 9%, 14% 급등했다. JP모건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대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원유 수입 70% 차단, 정유사 생산비용 30% 증가
한국의 에너지 수급 구조상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파장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원유 총 수입의 70%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 16%가 이 해협을 경유한다. 봉쇄 시 일일 630만 배럴만 대체 송유관으로 운송 가능해 기존 2000만 배럴 대비 70% 감소한다.
정유업계는 원유 조달 차질로 생산 비용이 30% 이상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휘발유·디젤 등 유류 가격 인상으로 직결된다.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마진이 20% 이상 압박받을 전망이다.
만약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강행할 경우, 전력·가스 요금에도 직격탄이 된다. 전력도매가격(SMP)은 현재 125원/kWh에서 300원/kWh까지 치솟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SMP가 200원/kWh를 초과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도시가스 요금도 30%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제조업체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2%포인트 추가 압력으로 예상된다.
수출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 ··· 최악의 경우 전력요금 2배 이상 오를 수도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화학·철강업계는 원가 부담 증가로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해운업계는 호르무즈 우회로 인한 항로 연장으로 연료비가 25% 증가하고 운임료는 2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체는 물류비 부담이 연간 3조원 이상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건설업계도 중동 수주 비중이 48.5%에 달해 현장 안정성 위협에 직면했다.
정유사 비축유 207일분 확보, 단기 대응 가능
국내 정유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비해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현재 약 207일분의 석유 비축분을 확보해 단기적인 원유 수급 차질에는 대응할 여력이 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기준인 90일의 2배 이상이다.
정유업계는 24시간 체제로 유조선 운항 상황과 국제 유가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중동산 원유 도입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대체 수입선과 유종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산 원유의 국내 수입 비중이 70%를 넘고, 이 중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대체 수송로 확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 봉쇄 시 에너지 인프라 마비 불가피"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란이 장기적 봉쇄를 유지할 경우 자국 경제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단기적 봉쇄만으로도 한국은 에너지 공급망 마비, 물가 상승, 수출 경쟁력 하락 등 3중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업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한국 전 산업의 생산비 상승률은 3.02%, 제조업 5.19%, 서비스업 1.39%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와 업계는 긴밀한 대응 체제를 구축해 국내 소비자와 석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업계는 국제 정세와 이란의 추가 조치, 국제 유가 흐름 등을 실시간 점검하며 필요시 긴급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