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4000억원 초대형 공사에 정비사업 최대 격전지 평가
금융 MOU·홍보 전쟁 과열에 서울시·강남구 사전 경고

압구정2구역 수주전을 두고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다시 한번 맞붙는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압구정2구역 수주전을 두고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다시 한번 맞붙는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서울 강남 재건축의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 수주전을 두고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다시 한번 맞붙는다. 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양사 모두 브랜드 가치와 상징성을 건 정면승부가 예상된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 재건축정비조합은 오는 18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9월 말 총회를 열어 최종 시공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압구정2구역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34번지 일대 신현대 9·11·12차 아파트 부지로, 1982년 준공된 27개 동 1924가구가 대상이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65층, 총 2571가구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한남4구역 이어 재대결… 미래형 주거·지역 상징성 내세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 한남4구역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격돌이다. 양사는 조합원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각 주요 시중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초고층 건축 실적과 미래형 주거 설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 말레이시아 메르데카 118 시공 경험을 강조하며 압구정2구역을 '강남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압구정2구역 맞은편에 프라이빗 라운지 '압구정 S.라운지'를 개관해 조합원 접점을 강화하고 있으며, 층간소음 저감 기술, 스마트홈 설계, 친환경 자재 등도 적극 도입할 방침이다. 특히 최근 개포주공 6·7단지, 잠실우성 1·2·3차 수주 포기를 감수하면서까지 압구정2구역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시공사라는 '지역 역사성'을 앞세우고 있다. 압구정 브랜드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입주민 자부심과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압구정 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의 명칭에 대한 상표권도 출원하며 상징성 선점에 나섰다.

지난 3월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에 고배를 마신 만큼, 이번엔 설욕 의지를 다지고 있다. 2023년부터 전담 TF를 구성해 올해 초 '압구정 재건축영업팀'으로 확대 개편하고 강남 신사동에 '디에이치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시공 능력 평가 1·2위를 다투는 두 건설사가 사업비 조달 협약, 세계적 건축가와의 협업 등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면서 정비업계도 이번 수주전 결과가 압구정뿐만 아니라 서울 주요 재건축 구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홍보 과열 양상에 서울시·강남구 '사전 경고'

양사의 경쟁이 입찰 공고 전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자, 서울시와 강남구는 사전 홍보 자제를 공식 요청하며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양사 관계자와 조합을 불러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고, ‘압구정 S.라운지'와 '디에이치 갤러리' 등 홍보관 현장 점검도 실시했다. 강남구청은 지난달 27일 시공사 선정 전 개별 홍보를 금지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최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시공사가 자신이 시공한 단지를 방문해 둘러볼 수 있도록 버스를 제공하는 '버스투어'는 금지된다. 위반 시 입찰 참가 제한 등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입찰 공고 이후에도 서울시의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른 공동 홍보만 허용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2구역은 지역 상징성과 경제적 파급력 모두 큰 사업으로 수주 경쟁력이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전 회의와 현장 점검은 이러한 우려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조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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