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500장? AI는 5초면 끝”··· 채용 속도전 비밀
“디지털 전환 가속, IT 직종 인력 채용 가장 활발할 것”
“자기소개서에 ‘키워드’ 없으면 우수 인재 거를 수 있어”

삼성, 현대, SK, LG 등 대기업들이 올해 인공지능(AI) 채용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동안 채용 시즌마다 인사팀은 ‘서류 더미’와 씨름했지만, 이젠 AI가 몇 초 만에 지원자를 스캔하고, 최적의 인재를 ‘픽’한다. 한마디로, “사람 뽑는 일도 사람이 아닌 AI가 하는 시대”가 열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고용 시장은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채용 방식과 직업 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IT 직종의 인력 채용이 가장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AI 기업의 매출은 지난 2023년 기준 약 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5% 성장했으며, 연구개발비도 20% 증가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 전환(AX)이 빨라지면서 오는 2030년까지 제조업계 36%가 AI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대규모 AI 인재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LG전자는 약 3000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도 최근 채용 관리 시스템에 AI를 접목해 지원자의 이력서와 경력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이고 공정한 선발 과정을 확립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대규모 채용 공채를 통해 이공계 분야 인재의 집중 모집을 목표로 한다. 최신 기술 발전 및 AI 중심의 시장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설계됐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예전엔 서류 500장을 일일이 검토하다 밤을 샜지만, 요즘은 AI가 5초 만에 후보를 추려준다”며 “채용 속도가 3배는 빨라졌다”고 귀띔했다.
AI가 지원서 평가·면접, 심지어 연봉 협상까지
AI는 단순히 도우미가 아니다. AI가 지원서 평가, 면접, 심지어 연봉 협상까지 도맡는다.
실제로 글로벌 대기업들도 AI 도입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은 AI가 지원자와 직접 통화하고, 면접 일정을 잡아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인사팀이 줄어들고, 소수의 인사담당자만 남아 ‘AI를 관리’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의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Chipotle)는 AI 면접관 ‘아바카도’를 도입해 지원서 완료율이 50%나 뛰고, 채용 기간이 12일에서 4일로 단축됐다. 유니레버는 AI가 지원자의 표정, 언어, 게임 점수까지 분석해 ‘진짜 인재’만 뽑는다.
한 벤처투자자는 “앞으로는 소수의 인재와 AI가 초거대 기업을 이끌 것”이라며 “채용팀이 줄고, 회사는 더 작아지고, 주주는 더 부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뽑으면 공정하다?”··· 기업들 “지원자 진짜 실력 가리기 어려워”
AI 채용이 만능은 아니다. 지원자들은 “AI가 내 진짜 역량을 알아줄까?” “기계가 면접을 보면 너무 삭막하다” 등의 불만을 토로한다. 실제로 AI는 자기소개서에 ‘키워드’가 없으면 우수 인재도 걸러낼 수 있다. 또 지원자가 AI로 만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내면, 진짜 실력을 가리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편향된 데이터로 학습한 AI는 편향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공정한 채용이 불가능할 수 있으며, AI의 결정에 대한 설명이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있다. 이미 기업 현장에서 번역·교정, 발표 자료 작성, 통계 분석 등 업무에 두루 AI를 쓰고 있는 만큼 AI를 제대로 활용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AI를 활용한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 이슈다. 지원자들이 챗GPT 등 생성형 AI 도구로 지원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기업들이 지원자의 진짜 실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커리어 지원 플랫폼 ‘레주메지니어스’가 미국의 채용 담당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6%가 ‘AI 때문에 지원자의 참모습을 평가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이에 일부 대기업은 AI와 인간 면접관이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다. AI가 1차로 후보를 추리고, 마지막 결정은 사람이 내리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AI 인재 확보는 단순히 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라며 “특히 효과적인 인력 개발을 위해 커뮤니티 컬리지, 일터 기반 학습, 디지털 문해력이 핵심 요소로 강조되며,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