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데이터로 ‘알고리즘 심사’… 소비자는 거절 사유조차 몰라
감독기준 없는 AI 신용평가… 취약계층 배제 우려도

/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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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신용평가 모델을 앞세워 카드 발급 심사를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이 사유조차 알지 못한 채 탈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의 금융권 공통 신용등급 대신 카드사 고유의 알고리즘 기반의 심사 체계를 운영하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 주요 전업 카드사들은 결제 패턴, 통신요금 납부 이력, 온라인 쇼핑 이용 내역 등 데이터를 결합한 AI 기반 내부 신용심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카드 발급 가능 여부를 정교하게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문제는 이 같은 AI 모델의 작동 방식이 대부분 ‘블랙박스’ 형태라는 점이다. 심사 기준과 판단 근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가 신용거절 사유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올크레딧에 따르면, 신용점수 800점 이하의 소비자들은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신규 발급 비중의 편차가 커진다. 실제 최근 한 카드사는 통신비 자동이체 실적이 없다는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신용점수 800점대 고객의 카드 발급을 거절하기도 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계 학습 기반 모델 특성상 변수 간 상관관계가 복잡해 개별 결과에 대한 설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AI 기반 모델에 대한 법적 감독 체계를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다.  AI 모델에 대한 규정이 제도적으로 정비되지 않을 경우, 사회 전반의 정보 격차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3년 4월 ‘AI 신용평가 모델 검증체계’를 도입했지만, 강제력이 있는 법령은 아니다. AI 신용평가 모델 검증체계란 △데이터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알고리즘이 합리적으로 설계됐는지 △신용평가 결과를 소비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구조인지 △모델이 과도하게 특정 조건에 치우쳐 있진 않은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도 “금융분야 인공지능(AI) 오남용이나 정보 불균형 발생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내부통제 기준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AI 신용심사가 수익성 높은 고객 선별에 치중할 경우 특정 소비자군이 배제될 수 있다고 입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용점수가 높더라도 통신요금 납부 이력이 없거나 쇼핑 패턴이 일정하지 않으면 내부 알고리즘 기준에 따라 거절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AI 알고리즘이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특정 소비자 특성을 부정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며 “알고리즘 설명 책임과 소비자 이의제기 절차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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