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대책 발표에도 고객 불만 고조···
유영상 CEO, "사고 수습에 총력, 위약금 면제는 검토"

유심 조기 소진으로 예약 서비스에도 교체 불가를 알리고 있는 서울의 한 T월드 매장. /사진=임호동 기자
유심 조기 소진으로 예약 서비스에도 교체 불가를 알리고 있는 서울의 한 T월드 매장. /사진=임호동 기자

SK텔레콤(이하 SKT)가 최근 발생한 유심(USIM: 가입자 식별모듈) 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다. 연이어 대책을 발표하고 사과를 하고 있지만, 가입자들의 불만과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7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불안감에 다른 통신사로 교체했고, 이번 사태에 따른 집단 소송과 배상에 대한 논의가 이어짐에 따라 SKT의 부담 비용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SKT는 지난 18일 악성코드로 인한 유심 관련 정보 유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이후 28일 유심 무상 교체에 돌입했다. 그러나 유심 재고 부족으로 인한 고객 불만과 현장 혼란이 커지자 29일에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및 유심 포맷 등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30일에는 이번 유심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자료도 공개했다. 이날 SKT는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해 유출된 정보는 가입자 전화번호, 가입자 식별번호(IMSI) 등 유심 정보로,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SKT가 시행 중인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이번에 유출된 정보로 유심을 복제해 다른 휴대폰에 꽂아 불법적 행위를 하는 ‘심 스와핑’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또한 SKT는 ▲비정상인증시도 차단(Fraud Detection System, FDS) 강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유심 교체로를 통한 3중 보호 장치로 고객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유영상 SKT 대표이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톤시위원회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 사고가 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사고라는 점에 동의하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날 유 대표이사는 “이번 사이버 침해 사고로 우리 사회에 큰 불편과 심려를 끼치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SK텔레콤 임직원 모두는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사고 수습과 고객 보호 조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유심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SK텔레콤 경영진들의 모습.  /SK텔레콤 제공
지난 25일 유심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SK텔레콤 경영진들의 모습. /SK텔레콤 제공

그럼에도 불구 고객들의 불안과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해 SKT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29일 SKT 가입자 3만5902명이 다른 통신사로 번호를 이동했다. KT로 이동한 이용자는 2만294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이용자는 1만5608명으로 나타났다. 앞서 28일에도 3만 4132명의 가입자가 이탈해 이틀간 7만 34명이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갈아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SKT로 신규 가입한 가입자 수는 1만1991명에 불과했다.

또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SKT의 조치에 대한 성토가 계속되고 있다. 우선 민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에도 불구, 추가 조사 과정에서 이번에 발견된 악성코드 외 다른 악성 코드가 발견될 수 있으며, 다른 서버의 피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완전히 안심하기 위해서는 유심을 교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재고 부족은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SKT는 내달까지 유심 재고분 500만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마저도 교체를 원하는 고객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다. 실제 일부 T월드 매장에서는 5월 10일까지 유심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공고문을 붙인 상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일부 소비자들은 SKT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한 포털 사이트의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온라인 카페 가입자는 5만6000명을 돌파했다.

ARS 진행 불가로 시행이 되지 않고 있는 SK텔레콤의 셀프 번호 이동 서비스 모습. /커뮤니티 갈무리
ARS 진행 불가로 시행이 되지 않고 있는 SK텔레콤의 셀프 번호 이동 서비스 모습. /커뮤니티 갈무리

또 일부 SKT 고객들은 통신사 이동에 SKT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일부 SKT 고객들은 커뮤니티에 셀프 번호 이동의 경우 ARS 진행 불가로 막혀있다는 사실을 게재하며 “유심 재고 부족에 이동까지 막는 거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통신사 이동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민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킹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것은 SKT의 대응이 미흡하고 신뢰가 이미 깨졌기 때문”이라며 “불안해 하는 가입자들이 번호를 이동할 수 있도록 위약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번 사태는 번호 이동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며 “귀책 사유가 사업자에게 있는 만큼 피해자인 고객들에게 위약금을 받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번호 이동 위약금 폐지 요구에 유 대표이사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