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정보 유출 사태 대응으로 유심 교체 시작한 SKT
재고 부족, 예약 사이트 먹통, T머니 초기화 곳곳서 혼란

유심 교체를 위해 T월드 대리점에서 대기 중인 고객들의 모습. /사진=임호동 기자
유심 교체를 위해 T월드 대리점에서 대기 중인 고객들의 모습. /사진=임호동 기자

SK텔레콤(이하 SKT)이 최근 발생한 해킹으로 인한 유심(USIM: 가입자 식별 모듈) 관련 정보 유출 사태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국민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심 무상 교체라는 대책을 발표하고 28일부터 시행했지만, 유심 재고 부족을 비롯해 보조금 및 개신규 개통 목적 유심 보유 논란, 티머니 초기화 등 다양한 문제와 구설수가 겹치면서 현장이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SKT는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총력 대응을 약속하고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T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곳의 T월드 매장에서 유심 무료 교체를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9일 발생한 악성코드로 인한 고객들의 유심 정보가 유출된 사고에 대한 SKT의 대응책으로 추진됐다.

유심은 통신망 내에서 개인을 식별·인증하는 데 쓰이는 정보를 저장하는 매체다. 때문에 유심 관련 정보가 탈취될 경우 타인이 이를 토대로 불법 유심칩을 만드는 등 신원을 도용하거나 문자메시지(SMS) 데이터를 가로채는 등의 범죄로 악용될 수 있다.

최근 해킹으로 고객들의 유심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최근 해킹으로 고객들의 유심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불안감이 고조되자 25일 SKT는 유심 무료 교체를 결정, 28일부터 시행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시행 첫날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된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유심 교체를 원하는 고객들이 매장에 장사진을 이뤘다. 그러나 교체서비스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심 재고가 모두 소진된 매장들이 생기면서 대기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 SKT가 이달 준비 물량으로 밝힌 유심 재고량은 100만개에 불과하다. SKT는 내달까지 500만개의 유심 재고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SKT 가입자는 약 2300만명으로, SKT 망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명을 합할 경우 약 2500만명에 달한다. 유심 재고 부족 현상은 예고된 혼란이었다.

또한 SKT는 교체서비스 시행 첫날 많은 고객들이 매장에 일시에 몰릴 상황을 우려해 ‘온라인 에약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러나 많은 대기자가 몰리면서 접속이 되지 않거나 인증번호 문자가 전송되지 않는 등 혼란이 일었다. 또한 예약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매장에서 대기하는 고객들과 예약을 완료하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교체 현장에 함께 몰리면서 예약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실제 한 T월드 매장에서 대기하던 한 고객은 “유심 교체를 위해 휴가까지 쓰고 왔는데 결국 교체를 못했다”며 “오픈런을 한 고객들은 번호표를 들고 있고, 오픈(10시) 이후에 온 고객들은 예약을 하라는데 예약 홈페이지는 먹통인 상황”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일부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잡음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일부 휴대폰 판매점에서는 신규 개통용 유심을 확보할 목적으로 유심 교체 신청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SKT로의 번호이동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원성을 샀다. 또한 유심을 교체했더니 삼성페이 T머니가 초기화돼 피해를 입었다는 글도 올라왔다.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진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실제 녹색소비자연대는 28일 SKT의 피해보상 대책을 성토하며 유심 교체를 뛰어넘는 피해보상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성토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개소한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는 가입자수가 2만 6000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이에 SKT는 총력을 다해 이번 사태를 조기에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SKT는 28일 유영상 SKT 대표가 주재하는 긴급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이날 유 대표는 본사 직원들에게 고객 불편과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무를 가리지 않고 총력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또한 SKT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SKT는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100%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으며, 해외 이용자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무상 유심 교체 서비스와 함께 소프트웨어(SW) 초기화로 기존 물리 유심‧이심(e심) 정보를 변환해 피해를 예방하는 기술을 도입할 전망이다.

SKT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사이버 침해 사고 관련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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