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입찰상한가 지속 하락에 사업성 '제로'…육상풍력 고사 위기
시공·인건비 고려한 가격규제 현실화 필요…산업 육성책 내놔야

국내 민간 육상풍력업체들이 줄줄이 풍력입찰 시장을 떠날 조짐이다. 인건비와 자재비가 치솟는 가운데 정부의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제도의 전기 판매 상한가는 매년 하락하고 있어, 업계는 사업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17일 풍력업계에 따르면, 국내 민간 육상풍력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입찰에서도 상한가격이 지난해 수준에 머문다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년 풍력발전 전기 판매가격의 상한선을 정하고, 이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에게 사업 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상한가가 사업자들에게 수익을 남기기는커녕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2022년 kWh당 169.5원이었던 육상풍력 상한가는 2023년 167.78원, 2024년 165.14원으로 매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추세를 이어가면 다음달 입찰에선 165원 이하로 내려가는 등 물가는 오르는데 전기값만 내리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건설직종 노임단가는 평균 23%, 전기시설 공사비는 21%, 전체 건설공사비는 17%나 상승했다. 현재 30MW(메가와트) 규모의 육상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하려면 약 30억원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지금의 상한가로는 손익분기점조차 맞추기 어렵고 다음 사업을 위한 예산을 내부에서 짜기도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는 육상풍력을 통한 전력 직접거래(PPA) 시장이 미비한 상황에서 입찰 시장 외에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마저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가격 책정이 반복되자, 업체들이 입찰 포기라는 카드를 꺼내었다.
정부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2030년까지 풍력발전 용량을 18.3GW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육상풍력 보급률은 정부 공고물량 대비 66%에 그쳤다 해상풍력은 현재 긴 개발 기간과 높은 비용으로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육상풍력 없이는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정책의 온도차다. 해상풍력의 경우 최근 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지원이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육상풍력은 여전히 '찬밥 신세'라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전 세계 풍력발전 설치 용량의 93%를 차지하고, 발전단가도 해상풍력의 절반 수준인 육상풍력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높일 수 있음에도 정부의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풍력발전 업체 관계자는 "육상풍력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자들이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며 "정부가 효율성만 강조하며 상한가를 계속 낮추는 건 실상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리 민간 영역이라지만 정부가 최소한의 투자 회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시장이 고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