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조→ 2.3조로 … 1.3조는 한화에너지 '제3자 배정 유증'
김동관 등 3형제 결단··· 한화에어로 소액 주주 이익 제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가 지난달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를 당초 발표했던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유상증자의 자금이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의혹과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반발을 해소하기 위한 결단으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는 8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에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또한 축소된 자금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이하 한화에너지)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방식이 확정·실행되면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의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
한화에너지는 4월 내에 시가로 주식을 매수한다는 방안이다. 반면 한화에어로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들은 15% 할인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 이는 한화에너지 대주주가 희생하고, 한화에어로 소액주주가 이득을 보게 되는 조치다. 시가로 주식 매수에 나서는 점은 주가 상승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이번 조치가 이뤄지면 지난 2월 한화에어로가 한화에너지의 한화오션 매각대금으로 지급한 1조3000억원이 다시 한화에어로에 들어가게 된다. 이로써, 이 자금이 한화에너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해소하게 될 전망이다.
한화는 이러한 조치가 지난달 김승연 회장이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에게 ㈜한화 지분 11.32%를 증여하기로 결정하고, 김 부회장 등이 법에 따라 세금을 내겠다며 강조한 ‘정도경영’, ‘투명승계’ 원칙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한화에어로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총 595만500주를 주당 60만5000원에 신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었다. 이는 국내 자본시장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한화에어로는 당초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을 ▲해외방산(1조6000억원) ▲국내 방산(9000억원) ▲해외조선(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3000억원) 등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세계 방산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방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직후 한국에게 협조를 요청할 정도로 세계적 기술 수준을 확보하고 있는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라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의외로 거셌다. 유상증자는 대출에 비해 수월하게 자본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주식 지분이 신주 발행을 통해 희석돼 기존 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화에어로는 지난2월 9일 한화오션 지분 7.3%를 약 1조3000억원에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한화에어로가 작년 연간 영업이익(약 1조7319억원)을 한화오션 지분 취득에 사용하고, 사업 투자를 위해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인 곳이 한화에너지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곳으로,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승계 작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흐름이 총수 일가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 아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필요성에 대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소액주주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부작용을 감소시키면서 필요한 자금 3.6조원을 모두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재규 한화에너지 대표는 “1.3조원 조달 목적은 승계와 무관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였고, 실제 자금 일부가 차입금 상환과 투자에 쓰였다”고 밝혔다. 이어 “불필요한 승계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화에어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