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홍수시대] ⑩국내 합성수지 포장재 시장 왜 이렇게 커졌나
포장재 재활용 경제적 가치 역설한 '용역보고서'도 '포장학회' 이사가

현재 우리는 플라스틱 홍수시대를 살고 있다.(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 인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 공동 연구팀이 '사이언스 어드벤시'에 발표한 논문은 2015년기준 65년 동안 생산된 전 세계 플라스틱 양은 83억톤으로 그 가운데 63억톤이 쓰레기로 버려졌다고 한다. 17억톤 정도만 여전히 활용 중이고 나머지는 쓰레기가 됐다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그렇게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재활용 된 것은 9%에 불과하다. 12%는 해당 국가의 법률에 따라 소각됐고, 79%는 매립되거나 자연에 투기됐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일반 합성수지 플라스틱 및 비닐 등의 대체재로 전 세계가 생분해성 수지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국내 정책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2014년부터 비닐봉투 퇴출 정책을 시행한 유럽연합(EU)의 다수 국가에서 생분해 수지 비닐봉지의 사용을 의무화했으며, 중국만 하더라도 2024년 대규모 생분해성 고분자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매립시 90%(표준물질 기준) 가까이 썩는 생분해 비닐 사용까지 금지하는 자원재활용법(이하 자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플라스틱 업계만 너무 봐주는 것 아니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는 합성수지 포장재의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해 친환경 생분해성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등에서 친환경 생분해 수지제품도 금지한다니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기존 플라스틱 업계와 환경부간 긴밀한 유착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어린 시선이 과연 지나친 것일까. 생분해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들은 “지나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업계가 그동안 정부와 소통 채널이 부족한 반면, 기존 화학 관련 업계는 환경부와 오랜 시간 관계를 쌓아 온 게 사실이다. 

경기도의 모 생분해 원료업체 관계자는 “기존 플라스틱 업계에는 환경부 출신 인사들로 많이 포진해 있는 데 반해, 대체 플라스틱 업계는 공공기관에 끄나풀조차 대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생분해성 수지 등 대체 플라스틱으로의 전환에 소극적인 이유가 이 같은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관련 부처 구성을 보면 우리 환경 정책의 무게추는 생분해 소재 개발보다는 재활용에 쏠려 있다.

합성수지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조합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포장재재활용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과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이하 유통센터) 등 2곳이 있는데, 해당 기관들은 제조업자와 재활용업자 사이에서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를 관리·감독하는 일을 맡고 있다.

EPR제도는 포장재·제품 생산자에게 회수·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선별업체와 재활용업체 비용을 생산자가 분담하게 해 재활용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두 기관은 이들 품목 중 금속캔, 페트병, 플라스틱, 발포합성수지 등 포장재 관련한 분야를 담당한다.

2013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설립된 두 기관은 환경부로부터 인가받은 사단법인이다. 환경부와 관련성이 높다는 얘기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우리는 생산자 의무를 대행하고 재활용 실적 관리 등은 유통센터에서 맡는다”면서 “우리가 분담금 받아 실적을 달성하는 만큼 재활용 비용을 센터에 지원하고, 실적 제출 등은 한국환경공단에 한다”고 밝혔다. 또한 “환경부 지도점검도 매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이 현재까지 배출한 이사장은 6명이다.  모두 환경부 출신이다. 공제조합 한기선 초대 이사장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장을 지냈다. 최주섭 2대 이사장은 환경부 생활폐기물과장, 김진석 3대 이사장은 환경부 대변인과 한강유역환경청장 출신이다. 두 기관간 관계도 밀접하다. 김진석 3대 이사장은 유통센터 비상임 이사진에 속해 있다.

유통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윤승준 초대 이사장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장과 한국환경산업 기술원장을 지냈다. 심무경 2대 이사장은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장과 국립환경인력개발원장 출신이다. 정회석 3대 이사장은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을 거쳐 유통센터재활용 사업실장을 2년 가까이 맡았다. 정회석 이사장 또한 공제조합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서식 6에 해당하는 '포장제도 개선방안 연구' 정책 연구 평가 결과서(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식 6에 해당하는 '포장제도 개선방안 연구' 정책 연구 평가 결과서.(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합성수지 포장재의 재활용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역설하며 2003년부터 시행된 ‘합성수지 포장재 연차별 줄이기’ 완화를 주장한 ‘포장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2015.5) 역시 "환경부가 플라스틱 업계만 키워주려고 한다"는 의혹을 키우는데 한 몫 했다. 

환경부 의뢰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2014년 11월 19일부터 2015년 5월 15일까지 6개월 남짓 연구했다는 보고서에는 합성수지 재질의 포장재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EPR제도가 도입되면서 합성수지 재질 포장재 재활용률이 높아져 자원으로서 가치가 향상됐다는 것이다. 생분해성 수지 제품은 매립을 전제로 한 포장재라 재활용이 용이하지 않은 데다 합성수지 포장재 재활용을 저해해 재생제품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용역을 수행한 KCL은 ‘포장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가 나온 후인 2015년 7월에 설립허가를 받았다. 

해당 보고서의 책임연구원인 오재영 KCL 물류안전평가센터장은 현 한국인정기구(KOLAS) 기술책임자로 한국포장학회 수석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그는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진행한 식품패키징센터 기본계획수립 연구의 자문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이 같은 여러 정황들을 고려할 때 이전 정부가 합성수지 포장재 시장을 전폭 지지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어 보인다. 

환경부가 4189만원에 발주한 ‘포장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법 제·개정과 정책에 참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결과 폐플라스틱·비닐 발생량은 급격하게 증가했다.(관련기사: MB 정부가 끌고 박근혜 정부가 완성한 '비닐 폐기물 증가')

그러나 환경부는 여전히 "한국은 매립량보다 재활용률이 더 높으며 생분해성 수지 제품은 매립을 전제로 한 포장재라 재활용이 용이하지 않다"는 당시 용역보고서 내용만 그대로 읊고 있다. 

/기획취재: 박소희 기자, 서창완 기자, 주현웅 기자

ya9ball@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