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홍수시대] ⑨ 생분해 플라스틱 상용화 발목 잡는 것들
시장 협소로 가격 경쟁력 확보 어려워...사회적 합의 부족도 한몫

플라스틱은 20세기 기적의 소재라 불렸다. 지난 150년간 인류에게 선물처럼 쓰였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이제 골칫덩어리가 됐다. 폐플라스틱을 대량으로 흡수했던 중국이 올 1월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다. 그간 각국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북태평양에 쓰레기섬을 만들었고 그 크기가 무려 한반도 면적의 7배인 155만㎢다. 완전 분해에 500년 걸린다는 플라스틱은 인류 영속을 방해하는 실패한 발명품이 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한 플라스틱의 폐해를 과연 막을 수 있을까. '플라스틱 홍수시대' 시리즈를 통해 국내 플라스틱 관련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전 세계 플라스틱 양은 83억 톤으로 시티리서치(Citi research)는 현재 전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를 약 1조 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포장재가 45% 차지한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전 세계 플라스틱 양은 83억톤으로 시티리서치(Citi research)는 현재 전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를 약 1조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포장재가 45% 차지한다.(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생분해성 제품은 합성 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것으로 미생물과 같은 유기체를 통해 분해된 후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생활폐기물 가운데 생분해성 제품 및 물질은 다양하다. 종이나 면·황마·린넨 등으로 만든 천연 원단, 채소 껍질·닭 뼈·달걀 껍데기 등 음식물 쓰레기가 그것이다. 

이와 달리 합성수지 플라스틱 및 비닐은 난분해성이다. 에너지로 전환하거나 재활용하지 않으면 땅에 묻힌 채 썩지 않거나 바다로 흘러가 먹이사슬에 의해 인간의 몸 속에 켜켜이 쌓인다. 그 대안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종이나 음식물처럼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상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 나오고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 이유는 △협소한 시장과 비싼 가격 △원천 기술 미흡 △다량 매립이 불가능한 좁은 땅 △뒷짐 진 정책 △사회적 합의 부족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협소한 시장과 낮은 가격 경쟁력

생분해 수지 플라스틱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는 가장 주된 요소는 가격 경쟁력이다. 일반 비닐보다 여전히 3~3.5배 정도 차이가 나니 비싸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2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분석보고서를 통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현시점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약하나 곧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15년이 더 지난 지금도 제자리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커져야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데, 시장이 커지지 않은 것이다. 참여정부가 제도를 마련하고 관련 시장을 열어주려고 노력한 2003년 전후 대기업은 물론 관련 연구기관과 벤처기업들도 시장성을 보고 뛰어들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생분해성 합성수지 상용화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폐비닐을 고형연료(SRF)로 만들어 에너지로 사용하기로 한 '폐자원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 대책’을 내놓으며 가정에서 나온 폐비닐을 성형해 고형연료로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후 원천 기술 확보가 미흡한 기업 대부분 채산성이 맞지 않아 떨어져 나갔고 생분해 수지 플라스틱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현재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앞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는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생분해성 비닐봉지마저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003년 정부가 생분해 수지 비닐을 친환경 봉투로 인정했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관련기사: “환경부가 플라스틱 업계만 너무 봐주는 것 아니야?”)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 비닐. 포장재 전면과 후면에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생분해성 포장재입니다.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재질이니 일반 쓰레기로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박소희 기자)2018.10.27/그린포스트코리아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 비닐. 포장재 전면과 후면에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생분해성 포장재입니다.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재질이니 일반 쓰레기로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박소희 기자)2018.10.27/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에 뒷짐 진 환경부 정책 

환경부는 “생분해 수지의 친환경성은 인정하지만, 국내 사정상 생분해 수지 플라스틱 상용화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생분해 수지 비닐봉지는 매립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국내 폐기물은 처리 방식은 매립보다는 재활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땅이 협소해 매립량에 한계가 있어 폐기물 재활용 정책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생분해 비닐은 일반폐기물로 배출해야 하는데 시민들의 인지 부족으로 일반 봉투와 함께 배출하면 재활용을 저해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가 충분한 고민 끝에 이러한 결론에 다다랐다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이 34%에 머물러 있으며 생분해 수지 상용화보다 자원 재활용이 환경적, 경제적 측면에서 더 낫다고 한다면 폐트병 무색 전환, PVC 등 재활용 어려운 재질의 사용 금지, 뚜껑과 병의 재질 일원화 등 재활용률을 높이는 진정성 있는 대책을 지난 4월 터진 쓰레기 대란 이후가 아니라 진작 시행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생분해 수지 플라스틱 사용을 추진했을 경우와 폐플라스틱 자원 재활용했을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측면을 비교한 연구 개발이 선행되야 하는데 그조차 찾아볼 수 없다. 

친환경 제품 기술 인·검정과 환경 R&D를 담당하는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포함하는 바이오 플라스틱과 관련해서 연구개발(R&D) 과제를 한 번도 수행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바이오 플라스틱 용어 및 개념에 대한 국내 공식 정의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너무나 커져 버린 합성수지 플라스틱 시장

‘생산하는 데 5초, 쓰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 걸린다는 일반 플라스틱은 원래 일회용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페놀 수지 합성에 성공하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플라스틱의 가장 큰 장점은 성형이 자유롭고 내구성이 좋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삼았다. 더군다나 싸고 가볍다. 기술의 뒷받침으로 생산능력이 향상되자 플라스틱 제품들은 쏟아지기 시작했고, 유통의 용이함과 위생상의 이유로 값싼 플라스틱 비닐이 제품 포장재로 널리 사용됐다. 휴대전화, 텔레비전, 옷걸이, 라이터, 물병, 지하철 손잡이, 의자 등 플라스틱이 아닌 것을 우리 주변에서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 공동 연구팀이 ‘사이언스 어드벤시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전 세계 플라스틱 양은 83억톤이다. 시티리서치(Citi research)는 현재 전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를 약 1조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포장재가 45%를 차지한다. 

국내 시장규모는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조사기준, 2017)는 현실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생분해 수지 플라스틱으로의 대체는 비대해진 합성수지 플라스틱 시장을 흔들 수 밖에 없다. 국내 업계는 기존 플라스틱 생산을 늘리는 투자에 힘써왔다. 특히 GS칼텍스, LG 화학, 롯데케미칼 등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타이렌(PS), 폴리염화비닐(PVC) 등 범용 플라스틱 기초 소재인 에틸렌에 전폭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2023년이면 에틸렌 생산 규모는 현재 900만톤 수준에서 1300만톤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와 더불어 생분해 수지 플라스틱 시장이 열리면 당연히 기존 범용 플라스틱 시장은 줄어들게 된다. 대기업부터 제품을 만드는 중소업체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저항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게 화학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대체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플라스틱 업계의 저항도 크지만 한국포장재재활용공제조합 등 합성수지 플라스틱 관련기관에 환경부 출신 인사들도 많이 포진해 있어 시장 확장이 더욱 더딜 수 밖에 없다”며 호소하고 있다. 

/기획취재: 박소희 기자, 서창완 기자, 주현웅 기자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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