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플라스틱 업계만 너무 봐주는 것 아니야?"
"환경부가 플라스틱 업계만 너무 봐주는 것 아니야?"
  • 주현웅 기자
  • 승인 2018.10.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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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홍수시대] ②'생분해성 비닐봉투' 말바꾼 환경부
권장→금지 입장변화…"친환경성 인정하지만 허용 어려워"

플라스틱은 20세기 기적의 소재라 불렸다. 지난 150년간 인류에게 선물처럼 쓰였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이제 골칫덩어리가 됐다. 폐플라스틱을 대량으로 흡수했던 중국이 올 1월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다. 그간 각국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북태평양에 쓰레기섬을 만들었고 그 크기가 무려 한반도 면적의 7배인 155만㎢다. 완전 분해에 500년 걸린다는 플라스틱은 인류 영속을 방해하는 실패한 발명품이 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한 플라스틱의 폐해를 과연 막을 수 있을까. '플라스틱 홍수시대' 시리즈를 통해 국내 플라스틱 관련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오는 연말부터 대형마트는 물론 슈퍼마켓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될 전망이다. 유럽 등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많은 1인당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을 낮추려는 환경부 조치에 따라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을 제기한다. 친환경 봉투로 분류되는 생분해성 비닐봉투마저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과거 생분해성 비닐봉투의 친환경성을 인정했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2일 대형마트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자재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40일 동안 입법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의 궁극적인 목표는 '친환경'이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봉투사용이 금지된다.(픽사베이 제공)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봉투사용이 금지된다.(픽사베이 제공)2018.10.21/그린포스트코리아

◇ "예전엔 좋다더니 왜 이제 와서…"

대형마트 등의 비닐봉투 사용 금지조치를 두고 환경업계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생분해성 비닐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기존 자재법에서 사용억제 대상에 미포함됐던 생분해성 비닐의 금지조치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생분해성 쇼핑백을 친환경인증 녹색제품이라 사용을 권장하고, 다른 한편에선 이를 금지하는 건 정책의 난맥”이라며 “그러는사이 친환경 제품인 생분해성 비닐봉투 생산업체는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생분해성 비닐봉투는 생산과정에서 금속이온과 자연식물 섬유소로 구성된 ‘생분해제’를 첨가한 비닐을 말한다. 자연분해 되기까지 50년을 훌쩍 넘기는 기존 비닐의 단점을 크게 보완해 자연분해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줄였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친환경성이 큰 생분해성 비닐봉투의 가치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2014년부터 비닐봉투 퇴출 정책을 시행한 유럽연합(EU)의 다수 국가에서 이 봉투의 사용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이탈리아와 프랑스다.

생분해성 수지의 잠재가치에 투자하는 곳도 늘고 있다. 중국만 하더라도 2024년 대규모 생분해성 고분자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일반 합성수지 플라스틱 및 비닐 등의 대체재로 전 세계가 생분해성 수지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업계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는 환경부가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산하기관 환경산업기술원은 2014년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 해외진출 전략’ 보고서를 내며, 생분해성 봉투는 물론 생분해성 수지 사업 촉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생분해성 원료를 통해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며 “기대가치가 당분간 상승할 것임. 그 잠재력과 성장성이 무한한 환경 관련 사업으로 시장 전망이 대단히 밝은 분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에서는 2011년 1월부터 모든 폴리에틸렌 소재의 비닐봉지를 생분해성 비닐봉지로 대체, 환경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생분해성 비닐봉지 사용을 친환경 모범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환경부 등은 과거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친환경적이라 밝힌 바 있다.(환경부·환경산업기술원 제공)2018.10.21/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 등은 과거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친환경적이라 밝힌 바 있다.(환경부·환경산업기술원 제공)2018.10.21/그린포스트코리아

◇ “플라스틱 업계만 너무 봐주는 것 아니냐”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에 자재법 개정안을 통해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플라스틱 업계만 너무 봐주는 것 아니냐”고 성토한다.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돼도, 이는 합성수지 성분의 종량제 봉투 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마트와 슈퍼마켓에서 친환경 생분해성 봉투까지 금지하면 기존의 일반 합성수지 성분인 종량제 봉투 판매가 늘 수 있다”며 “환경오염의 주범인 합성수지 성분의 종량제 봉투는 그대로 두고 친환경 봉투를 새로 금지하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어중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생분해성 봉투의 친환경성은 인정하지만,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허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생분해성 비닐봉투가 일반 봉투와 섞일 시 재활용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

환경부 관계자는 “생분해성 비닐봉투가 일반 비닐봉투와 섞이면 분리가 어려워 재활용에 방해가 된다”며 “잘 분리해서 매립만 한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재활용을 할 때에는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의 경우 프랑스 등에서 생분해성 봉투 사용을 활성화하고 있으나, 독일 등 또 다른 선진국에서는 생분해성 봉투의 친환경성도 논란의 대상”이라며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로 당장은 생분해성 봉투의 예외적 허용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한 자재법 개정안은 현재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 2000여곳과 슈퍼마켓 1만1000여곳 등 총 1만3000여개 매장에서 일회용 봉투 사용이 금지된다.

다만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모두 재사용 종량제 봉투 등으로 일회용 봉투를 대체할 수 있다. 또한 전국 1만8000여곳의 제과점은 일회용 비닐봉투를 유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획취재: 박소희 기자, 서창완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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