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홍수시대] ⑥생분해 플라스틱 국내 기술 어디까지 왔나
생분해 플라스틱 상용화는 농업용 '멀칭필름'·'일회용 식탁보' 정도

플라스틱은 20세기 기적의 소재라 불렸다. 지난 150년간 인류에게 선물처럼 쓰였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이제 골칫덩어리가 됐다. 폐플라스틱을 대량으로 흡수했던 중국이 올 1월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다. 그간 각국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북태평양에 쓰레기섬을 만들었고 그 크기가 무려 한반도 면적의 7배인 155만㎢다. 완전 분해에 500년 걸린다는 플라스틱은 인류 영속을 방해하는 실패한 발명품이 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한 플라스틱의 폐해를 과연 막을 수 있을까. '플라스틱 홍수시대' 시리즈를 통해 국내 플라스틱 관련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바이오플라스틱의 일종으로 흙 속이나 물속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것을 말하다. 합성수지로 만든 플라스틱에 비해 분해가 잘 되는 까닭은 미생물이 생산하는 플라스틱이나 전분과 셀룰로스 같은 천연소재를 사용해서 제조하기 때문이다.(EMAZE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바이오플라스틱의 일종으로 흙 속이나 물속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것을 말하다. 합성수지로 만든 플라스틱에 비해 분해가 잘 되는 까닭은 미생물이 생산하는 플라스틱이나 전분과 셀룰로스 같은 천연소재를 사용해서 제조하기 때문이다.(EMAZE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20세기 기적의 소재’로 주목받은 합성수지가 최종 처리에 있어 인류 최고의 숙제가 됐다. 매립시 거의 분해되지 않으며 소각시엔 중금속이나 다이옥신과 같은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폐합성수지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난분해성 플라스틱 및 비닐 사용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에너지나 원료 등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음식물 포장재, 플라스틱 일회용컵 등 사용한 합성수지는 회수가 어렵고 오염된 제품은 재활용도 잘 안되기 때문이다.(관련기사: '스티로폼'은 재활용이 가능할까? 불가능할까? )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폐 플라스틱 가운데 재활용률은 34%로 반도 못 미친다. 

◇장작만 패고 군불 한 번 못 지핀 생분해성 수지 상용화

2003년 참여정부는 대대적인 친환경 정책을 내놓았다. 하나는 생분해성 합성수지 상용화 추진이고, 또 다른 게 ‘합성수지 포장재 연차별 줄이기'다.

당시 환경부는 생분해성 합성수지 수요가 향후 20년 이내 세계 범용수지 시장의 약 10%(1600만톤)이상으로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사용을 예고했다. 환경부는 2003년 6월 20일 배포한 '세계에서 7번째로 "생분해성 합성수지" 상용화 추진' 보도자료에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이태리, 벨기에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로 생분해성 합성수지(BiodegradablePlastics) 인증기준을 마련하는 등 상용화를 본격 추진한다”며 세계적인 첨단 환경기술로 육성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환경부는 공공부문에서의 사용 확대를 위해 생분해성 쓰레기 종량제 봉투 단체표준규격을 지정하는 등 전투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사용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회용 비닐봉투 분리수거 및 비닐 포장재에 대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확대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MB정부가 들어선 2008년 환경부는 '인장, 신장 등 물성이 약하고, 생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범사업 추진을 철회했다.(관련기사: 잘 안썩는 종량제 봉투 1년에 10억매…생분해성 봉투 '0')

15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를 체감할 수 있는 90% 이상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 종류는 농업용 멀칭필름과 일회용 식탁보 정도가 고작이다. 그마저도 멀칭필름은 가격이 일반 비닐보다 3~3.5배 비싸 친환경적인 처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생분해 수지로 제작한 일회용 식탁보가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까닭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식품접객업소등에서의 일회용품(컵, 접시, 용기,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수저, 포크, 나이프, 비닐식탁보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일회용품 사용량이 제일 많은 장례식장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국회는 현재 이를 보완하는 법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0년간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걸음마...생분해 원천기술 확보 시급

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의회가 정의하고 있는 바이오플라스틱 용어.(바이오소재패키징 홈페이지 캡처)/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의회가 정의하고 있는 바이오플라스틱 용어.(바이오소재패키징 홈페이지 캡처)/그린포스트코리아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관련된 국내 연구는 1990년 이후 LG, SK㈜, 호남석유화학, 한화, 새한, SK케미칼, 이래화학 등 대기업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에 정부가 제도를 마련하고 관련 시장을 열어주려고 노력한 시기가 2003년 전후다.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연구기관과 벤처기업들도 시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 

우리나라는 두 가지 검사를 통과한 경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인증한다. 하나는 '생분해성 판정기준'이며, 다른 하나는 '유해물질 함유기준'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생분해도가 180일 동안 표준물질(셀룰로스) 90% 이상 이뤄져야 하며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국내 생분해 플라스틱 기술에 관한 연구는 선진국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원천 기술개발의 저변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측 지적이다. 인증기준이 국제표준에 따른다고 하지만 판정기준이 미국과 일본(60%)에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해 생분해 원천기술 확보가 미흡한 국내기업은 대부분 채산성이 맞지 않아 시장에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는 2015년 기준 기술력 기반의 전문업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분발포, 생분해, 산화생분해,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원료 및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바이오소재, '에코젠'이란 상품명으로 제품을 출시한 SK케미칼, 이산화탄소 폴리머를 추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탄소저감 및 인체 무해성 자동차 내장품을 개발하는 SH Korea, PLA 필름을 생산하는 SKC,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 케미칼을 합병한 롯데케미칼, 웅진케미칼을 합병한 도레이케미칼, 기타 바이오 소재 원료를 사용해 친환경 완제품을 제조하는 제영산업 등이다. 

국내 기업들은 다른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수지의 가공 및 성형기술을 활용해 신소재 개발보다 실제 제품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최근 연구는 감량화, 재활용 용이, 탄소저감, 산화생분해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은 생분해 플라스틱과 함께 바이오플라스틱 범주에 들어가지만, 난분해성 플라스틱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로 프랑스와 스페인 등에서는 지난해부터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다시 말해 화석연료 사용 절감을 위한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이나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 대체 제품 등은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생분해 플라스틱 국내 시장은 재야에 묻혀 있다.

인도네시아의 케빈 쿠말라(Kevin Kumala)가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 봉지. 이 봉지는 먹을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각종 SNS상에서 그가 플라스틱 봉지를 물에 녹여 마시는 영상이 큰 이슈가 된 바 있다(CNN)/그린포스트코리아
인도네시아의 케빈 쿠말라(Kevin Kumala)가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 봉지. 이 봉지는 먹을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각종 SNS상에서 그가 플라스틱 봉지를 물에 녹여 마시는 영상이 큰 이슈가 된 바 있다.(CNN)/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국내에서 열린 ‘국내외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 현황 및 해외 친환경 인증설명회’에서도 이 같은 현실을 지적했다. 

세미나에서는 “우리나라는 일반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강하게 규제하지만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 및 사용을 유도하는 방안은 없다”며 “해당 시장이 워낙 작다보니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생분해성플라스틱협의회도 시장 파악이 가능한 통계치가 없다. 상황이 이런 탓에 이날 생분해 플라스틱과 관련한 국내 현황은 자세히 소개되지도 않았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통계청이 제공한 국내 생분해성 용기와 관련된 특허 출원 현황을 살펴봐도 2002년 기준 소재관련 97건, 공정관련 23건 등 총 149건이 전부다. 이후 국내 특허 출원 내용에 대해서는 "출원 건수가 매우 적고 오너십(담당)이 없어 사실상 현황 파악이 어렵다"고 통계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생분해 플라스틱 특허 심사과가 따로 있지 않아 데이터 취합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 뿐만 아니라 친환경 제품 기술 인·검정과 환경 R&D를 담당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금까지 바이오 플라스틱 관련 R&D를 한 번도 수행하지 않았다. 이에 바이오 플라스틱 용어 및 개념에 대한 국내 공식 정의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을 '광분해 플라스틱'이라 부르기도 하고, 생분해 플라스틱을 '바이오 플라스틱'이라 부르기도 해 혼선을 빚고 있다. 

생분해성 합성수지 제조기술 발전으로 100% 생분해성 수지가 개발됐다며 식품매장 비닐 속봉투, 일회용 밴드류, 레저용 낚싯줄 등 회수되지 않고 버려지는 제품을 대상으로 생분해성 재질로의 대체를 의무화하겠다는 당시 환경부의 의지는 현재 차갑게 식고, 남은 건 생분해 기술 시장과 괴리가 큰 인증기준 및 절차뿐이다.(관련기사: "기술 있으면 뭐하나요. 정부가 관심 없는데…"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국내의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걸음마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기획취재: 박소희 기자, 서창완 기자, 주현웅 기자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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