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시 호흡저하 폐 염증, 폐부종 등 나타날 수 있어"

40대 주부 A씨는 집안 에어컨 청소를 위해 에어컨 세정제를 샀다. A씨는 사용 설명서대로 창문을 연후, 스프레이 형식의 에어컨 세정제를 에어컨 냉각핀에 뿌렸다. 이어 '청소'가 끝나고, A씨는 아이와 함께 잠깐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 에어컨을 가동했다. 

그런데 그날 밤 갑자기 아이가 기침과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아이를 데리고 급히 병원을 찾은 A씨는 급작스런 호흡곤란을 호소한 원인은 찾아내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일시적인 문제인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이는 지난 2012년 여름 실제 A씨가 겪은 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접수된 사례다. 당시 A씨는 지난 2011년 폐질환으로 영‧유아 및 임산부가 잇따라 사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떠오르며 불안감에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국내 시판중인 에어컨 세정제

 


앞서 2011년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영‧유아와 임산부 등이 원일모를 폐질환으로 잇따라 사망하자 역학조사를 실시해 같은 해 8월 말, 사망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한 바 있다.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은 PHMG나 PGH다. 보통 사람들에겐 이름도 생소한 에어콘 가습기 살균 성분이 에어로졸 형태로 뿜어져 나오면서 인체에 흡입, 심각한 폐질환을 일으켰다는 것이 정부 조사 결론이다. 

지금까지 정부 발표로만 140명 넘는 소비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따른 폐질환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소비재 제품 사용에 따른 인적 피해 규모로는 해방 이후 최대의 사건이다. 

'살균성분' '흡입가능성', 가습기 살균제와 에어컨 세정제 닮은 꼴 
가습기 살균제 사용 폐손상으로 수백 명 사상 

문제는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가습기 살균제와 마찬가지로 에어컨 세정제도 '살균 성분'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세정' 또는 '살균'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작동 원리'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바람'을 통해서든 '증기' 형태로든 인체에 '흡입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같다.    

'살균 성분'과 '흡입 가능성',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관통하는 두 개의 키워드가 에어콘 세정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핵심은 에어컨 세정제에 들어가는 '살균 성분'이 어떤 것이냐와 그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냐다.

국내 시판중인 어컨 세정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사진= 백경서 기자

 


에어컨 세정제 원료 화학물질 "호흡곤란 구토 질식 등 일으킬 수 있어"

환경TV는 국내 시판 중인 한 에어컨 세정제 제품의 성분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제품 물질안전보건자료는 해당 제품에 어떤 성분이 얼만큼 들어가 있고, 포함돼 있는 물질들이 인체에 유해한 가 등을 보여주는 일종의 '제품 안전 보고서'다.

해당 에어컨 세정제 구성성분을 보면 '에틸렌다이아민테트라아세트산' '벤조산 벤질' '메타규산 나트륨, 펜타히드레이트' '에틸뷰틸에이트' ''에틸 2-메틸뷰틸산염' 등의 화학 물질이 들어있다고 표시 돼 있다.

아울러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나온 해당 성분들에 대한 '독성 정보'는 다음과 같다. 

'에틸렌다이아민테트라아세트산'의 경우 자극을 일으킬 수 있음, '벤조산 벤질'의 경우에도 자극과 호흡 곤란, 구역과 위통,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고 돼 있다.

'메타규산 나트륨', '펜타히드레이트'도 심한 자극과 호흡곤란, 구토, 위통이 적시돼 있고 '에틸 뷰틸에이트'도 호흡곤란과 구토, 두통 등의 독성 경고를 하고 있다. 

'에틸 2-메틸뷰틸산염'은 흡입으로 자극을 줄 수 있다며 현기증과 구역질, 질식 등을 경고하고 있다.

에어컨 세정제 제품 물질안전보건자료 중 원료 독성에 관한 정보

 


화학물질안전원 "혼수상태 호흡저하 폐염증 폐부종 야기할 수 있어"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간 신장 손상도"

해당 물질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정부 공기관인 화학물질안전원 화학물질안전관리시스템을 통해 해당 물질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다.

화학물질안전원에 따르면 해당 에어컨 세정제에 포함된 '에틸엔부틸산(에틸 뷰틸에이트)'의 경우 흡입시 노출 유해성에 대해 "증기상 물질은 현기증 또는 질식을 유발할 수 있음. 증기상 물질과 미스트는 점막 및 상기도에 자극을 줄 수 있음"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자료는 특히 "해당 물질이 폐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이라며 "혼수상태, 호흡 저하, 빠른 호흡, 폐 염증 및 폐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다른 화학 물질인 '에틸 2-메틸 뷰티레이트(에틸 2-메틸뷰틸산염)'에 대해서도 "흡입은 폐부종을 야기할 수 있음"이라며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취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상 물질과 에어로졸(미스트, 흄)을 흡입할 경우 개인의 건강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호흡기 증상은 호흡저하와 빠른 호흡, 인후염, 기관지염 폐 염증과 폐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다량 노출 시엔 간과 신장의 손상도 야기될 수 있다"며 해당 물질을 다루는 사람들은 "호흡 장치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국내 시판중인 에어컨 세정제 원료인 에틸 2-메틸 뷰티레이트의 물질안전보건자료 (출처:화학물질안전원)

 


업체, 해당 제품 흡입시 인체 유해성 평가 '자료없음' 
"원료 물질은 유해하지만 해당 물질이 들어간 제품이 유해한지는 모르겠다" 

에어컨 세정제에 들어가는 해당 화학 물질들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서 제품 판매업체는 물론 공기관인 화학물질안전원도 "폐부종이나 폐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화학 물질이 들어간 에어컨 세정제 '제품 자체'에 대해선 에어컨 세정제의 유해성을 실험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해당 제품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엔 흡입 시 인체 유해성에 대해 '자료없음' 이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에어컨 세정제라는 '제품'의 원료로 들어간 화학 물질들은 유해하지만, 제품 자체가 유해한 지는 따로 임상 실험 등을 안해봐서 모르겠다는 것이 해당 회사가 펴낸 물질안전보건자료의 결론인 셈이다. 

업체, 제품 인체 유해성 평가 여부 등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
현행법 "화학물질 유해성 정보 적극 생산하여야 한다"

해당 에어컨 세정제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 임상 실험을 실시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업체측은 "그부분에 대해 뭐라고 얘기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인체에 유해한 화학 물질이 들어갔고 흡입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에어콘 세정제는 판박이다"라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보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소장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진 천연성분을 쓴다고 하더라도 일단 '화학 제품' 되면 호흡기 독성 등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데 인체에 유해한 화학 물질을 원료로 쓰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인체 유해성 평가를 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해당 업체를 비판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인 지난 2013년 5월, 정부는 유해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해당 법안은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자의 책무'로 "사업자는 제조 · 수입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위해성에 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생산 교환 활용하고, 제품을 생산 · 수입하는 사업자는 제품 내에 함유된 유해화학물질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 · 신체 또는 재산에 피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해당 업체의 인체 유해성 임상 실험 등이 빠진 에어컨 세정제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 시기는 해당 화평법이 제정된 이후인 2013년 11월이다. 

2015년 1월 시행된 해당 화평법은 "국민의 생명에 피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는 지금도 자사 에어컨 세정제 제품에 대한 이렇다할 '인체 유해성 정보'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한편 해당 에어컨 세정제를 판매하는 업체는 주방 세제 및 세탁 용품, 실내용 방향제와 탈취제, 살충제 등을 생산하는 일본계 종합 소비재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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