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휴먼 시장, 연평균 36.4% 성장
학폭 스캔들 없다…기업 광고모델로 각광
글로벌 시장 2030년 700조원 규모로 성장

<편집자주>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가상 인간, 버추얼 휴먼(디지털 휴먼) 시장에서 게임업계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등은 이미 버추얼 휴먼을 상용화했고, 엔씨소프트도 버추얼 휴먼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낙점하고 연구개발(R&D)에 한창이다. 그러나 버추얼 휴먼 시장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쏟아지는 버추얼 휴먼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를 꾀해야 하고, 윤리적인 문제와 인간의 일자리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휴먼 시장의 명과 암을 들여다본다.

삼성전자 광고모델로 활동했던 릴 미퀼라(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 광고모델로 활동했던 릴 미퀼라(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전 리서치(Emergen Research)는 버추얼 휴먼 시장 규모가 2021년부터 연평균 36.4%씩 성장을 거듭해 2030년에는 5275억달러(약 7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이 2025년께 14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일반 인플루언서 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버추얼 휴먼 중에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도 많다. 패션 브랜드들과 주로 협업하는 릴 미퀼라(Lil Miquela)가 대표적이다. 19세의 브라질계 미국인이라는 설정으로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그녀는 300만명에 가까운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했다. 2018년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틱톡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릴 미퀼라에게는 패션 명품 브랜드들의 협업 제의가 쏟아진다. 2019년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광고모델로도 활동했다. 그녀가 SNS에 홍보 게시물을 올리고 받는 비용은 1건당 8500달러(약 1100만원)에 달하며, 2022년 한 해에 벌어들인 총수입은 약 1700만달러(약 225억원)로 추정된다.

신한라이프 광고모델로 출연한 ‘로지’(사진=신한라이프)/그린포스트코리아
신한라이프 광고모델로 출연한 ‘로지’(사진=신한라이프)/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에서도 다양한 버추얼 휴먼들이 광고 모델로 활약중이다. 사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국내 최초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는 반얀트리 호텔, 쉐보레 전기차 등의 광고에 출연하며 2021년 한 해에만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는 광동 옥수수수염차의 광고에 출연했으며, 온마인드의 ‘나수아’는 최근 태국 광고 회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나수아’는 앞으로 3년간 방콕 랜드마크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 모습을 비출 예정이다.

기업들이 버추얼 휴먼을 홍보모델로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버추얼 휴먼과 협업한다는 사실만으로 화제성과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낡은 이미지를 쇄신하고 젊은 세대를 공략해야 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높다.

또한 일반 인플루언서를 기용했을 때보다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구설수로부터 안전하다. 연예인들이 마약, 음주운전, 학교폭력 등의 스캔들에 휘말리면 이들을 홍보모델로 내세운 기업들도 이미지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버추얼 휴먼과 협업하면 이같은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

광동 옥수수수염차 광고에 출연한 ‘한유아’(사진=광동제약)/그린포스트코리아
광동 옥수수수염차 광고에 출연한 ‘한유아’(사진=광동제약)/그린포스트코리아

스마일게이트 AI 센터는 “버추얼 휴먼은 시간과 공간에 제한 없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까지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다”며 “또 실제 인간과 달리 다치지도 않고 늙지도 않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버추얼 휴먼의 인기가 예전같지 못하다는 시각도 있다. ‘로지’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광고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최근에는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다. ‘로지’와 비슷한 콘셉트의 버추얼 휴먼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진 탓이다. ‘한유아’, ‘나수아’, ‘리나’, ‘애나’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중인 버추얼 휴먼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 콘셉트다. 남성 버추얼 휴먼은 매우 드물고, 그마저도 20대를 넘기지 않는다.

또한 기업들이 자사 이미지에 가장 잘 맞는 버추얼 휴먼을 자체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외부 버추얼 휴먼을 찾는 곳도 줄었다. 이제는 광고 출연만으로 흑자를 내기는 어려워지는 추세다. 한 버추얼 휴먼 개발사는 “광고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대외비”라며 “그래도 매출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dmseo@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