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극광’ 일러스트에 AI 사용 의혹…원화가 사실 인정

(사진=卜尔Q 웨이보)/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卜尔Q 웨이보)/그린포스트코리아

텐센트의 서브컬처 게임 ‘백야극광’이 중국에서 AI(인공지능) 그림 논란에 휘말렸다. ‘백야극광’은 텐센트 산하 투어독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텐센트가 유통하는 모바일 퍼즐RPG로, 2021년 한국과 해외에 먼저 출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 1월 판호(게임 서비스 권한)를 발급받는데 성공, 중국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번 논란은 유명 원화가 ‘卜尔Q’의 SNS에서 촉발됐다. 卜尔Q는 15일 발렌타인데이를 축하한다며 ‘백야극광’의 미소녀 일러스트를 웨이보에 올렸는데, 이 그림에서 오른발이 없고 왼발만 2개 보이거나 어깨끈 끝이 쇄골 속에 박혀 있는 등 어색한 점이 다수 발견됐다. 중국 이용자들은 AI를 사용해 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쏟아냈고, 그림이 화제가 되면서 중국에서 출시도 되지 않은 ‘백야극광’이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이용자를 기만한 ‘백야극광’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논란이 커지자 卜尔Q는 AI 사용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해당 그림은 수십 시간동안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완성한 그림”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처리 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백야극광 팀에게도 피해를 끼쳐 미안하다”며 “내 그림과 관련된 문제이니 개발팀을 탓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백야극광’ 개발사인 투어독 스튜디오도 진화에 나섰다. 투어독 스튜디오는 “해당 그림은 외주 작가에게 의뢰한 홍보용 이미지로, 실제 게임 속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아트팀은 게임 원화에 AI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외주 작가가 AI로 작업한 결과물도 받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 게임업계 최초로 AI 작업물이 논란을 일으킨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AI가 그린 그림은 중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게임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일부는 그림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작비도 크게 절감된다며 환영하지만,  저작권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고 원화가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거세다. 

게임을 소비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장에서 찍어낸 그림에 비싼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는 이용자도 많지만, ‘누가 그렸든 품질만 좋으면 상관 없다’는 이용자들도 있다. 

(사진=시프트업)/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시프트업)/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한국에서도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니케’가 AI 그림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프로모션 일러스트에서 손가락이 4개밖에 없는 인체 오류가 발견된 것이다. AI가 그렸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시프트업은 “모든 원화는 원화가가 직접 그린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AI 사용 유무는 중요하지 않으나, 이를 감추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야극광’과 ‘승리의 여신: 니케’ 등 AI 그림 논란에 휘말린 게임들의 공통점은 고품질 원화를 세일즈포인트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이용자 중에는 원화가 팬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리지 않는 것은 명백한 기만 행위라는 설명이다.

(출처=아인더)/그린포스트코리아
(출처=아인더)/그린포스트코리아

실제로 당당하게 AI 그림을 차별점으로 내세워 관심을 받는 게임도 있다. 최근 일본의 인디게임사가 공개한 ‘아인더(AInder)’라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AI로 생성한 미소녀들을 무한히 만날 수 있다’는 콘셉트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미소녀 중에는 AI 그림의 오류를 상징하는 밈인 ‘전차소녀’도 있다. ‘아인더’는 3월 14일 스팀에 출시될 예정이다.

dmseo@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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