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에누리까지…이용자의 다양한 행동에 NPC들 영향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ChatGPT)’가 전세계 산업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AI를 게임 NPC(Non-Player Character, 컴퓨터가 조종하는 캐릭터)에 적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챗GPT와 유사한 기능을 탑재한 모바일 게임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으며, 터키에서도 챗GPT를 기존 게임에 접목하는 실험이 한창이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서버 과부하 문제는 게임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사진=넷이즈)/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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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즈, ‘역수한 모바일’에 GPT 적용…상용화 게임 첫 사례

중국 넷이즈는 자사가 개발중인 모바일 오픈월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역수한 모바일(逆水寒手游)’에 GPT 기술을 적용 완료했다고 15일 밝혔다. ‘역수한 모바일’은 올해 출시를 앞둔 게임으로, 판호(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권한) 발급을 끝내고 사전예약을 진행중이다. 상용화 게임 중에서는 GPT 기술을 적용한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넷이즈에 따르면 ‘역수한 GPT’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챗GPT와 비슷한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광범위한 검색 엔진에 가까운 챗GPT와는 달리 무협 게임에 특화된 대화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무술, 역사, 시와 노래 등의 주제를 학습한다.

넷이즈는 “NPC들의 지적 능력을 송나라 시대의 사람 기준에 맞게 의도적으로 제한했다”며 “농부 NPC의 경우, 고급 수학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벼 모종을 모판에 심거나 모내기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하루 종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넷이즈)/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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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에게 신고당해 추방당하는 이용자(사진=넷이즈)/그린포스트코리아
NPC에게 신고당해 추방당하는 이용자(사진=넷이즈)/그린포스트코리아
화염 공격을 맞고 도망가는 NPC(사진=넷이즈)/그린포스트코리아
화염 공격을 맞고 도망가는 NPC(사진=넷이즈)/그린포스트코리아

이날 넷이즈가 공개한 ‘역수한 모바일’의 실제 게임 영상에서는 NPC들이 이용자의 대화를 기억하고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NPC끼리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남편과 수천 마일 떨어져 있는 두 명의 여성 NPC에게 다가가 “장거리 연애는 미래가 없다”고 조언을 하면, 다음 번에 만났을 때 이들은 이미 이혼을 한 상태다. 또 여성 캐릭터로 변신을 하고 부부 NPC 사이에 끼어들면, 이들은 즉시 말다툼을 벌인다. 만일 가오치챵(高启强, 중국 인기 드라마 ‘광표’의 생선장수 주인공)의 성공 일화를 이야기해주면 NPC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고, 다음날 모든 NPC들이 가오치챵의 생선가게를 찾아다닌다.

대화를 통해 게임 플레이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적대적인 NPC에게 “당신의 집에 불이 났다”고 말하면 해당 NPC는 집으로 달려가고, 이용자는 피를 흘리지 않고도 임무를 완료할 수 있다. 넷이즈는 “이용자의 모든 행동이 NPC들에게 나비 효과를 일으킨다”며 “AI를 이용해 NPC와의 대화 뿐만 아니라 던전과 퀘스트 등도 무한히 생성할 수 있지만, 이게 좋은 것인지 확실하지 않아 당분간은 게임에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게임 ‘마운트 앤 블레이드2’에도 챗GPT 적용 사례 등장

터키 개발사 테일월즈 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출시한 오픈월드 RPG ‘마운트 앤 블레이드2(Mount & Blade II: Bannerlord)’에서도 챗GPT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이 게임은 ‘모드(이용자가 기존 게임을 변형해서 새로운 게임으로 재창작한 콘텐츠, MOD)’를 지원하는데, 최근 ‘Bloc’이라는 이용자가 만든 챗GPT 기반의 모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모드에서는 게임에 등장하는 NPC들과 직업 및 주변 환경에 대해 광범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농부 NPC에게 “왜 당신의 주인이 아닌 나에게 부탁하느냐”고 물으면 “주인은 이 일에 관심이 없고 당신은 충분히 강해보여서”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또 7디나르의 가격을 요구하는 상인에게 6디나르만 지불하는 등 가격을 흥정할 수도 있다.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짓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NPC에게 에누리를 시도하는 이용자(사진=Bloc 유튜브 캡처)/그린포스트코리아
NPC에게 에누리를 시도하는 이용자(사진=Bloc 유튜브 캡처)/그린포스트코리아

다만 이같은 NPC의 반응은 게임에서 자체적으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챗GPT에서 불러와야 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NPC의 대답이 상당한 트래픽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용자는 답변을 얻기까지 1~2분을 기다려야 한다. 

국내 사례는 아직 전무…주요 게임사들 R&D 잰걸음

국내 게임 중에서는 자연어 처리 기술이 적용된 실사례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GPT 기술 적용이 활발하게 연구되려면 오픈월드 게임 장르가 적합한데,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오픈월드 게임 중 뚜렷한 성공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넥슨의 경우 2011년부터 ‘이용자가 함께 만드는 오픈월드 게임’이라는 콘셉트로 ‘페리아 연대기’를 개발해 왔다. 현재 화두로 떠오른 챗GPT 게임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페리아 연대기’ 프로젝트는 9년여의 개발 끝에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완전히 폐기됐다. 

다만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등이 최근  자연어 처리 연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챗GPT와 같은 언어 모델로 스토리와 캐릭터를 창작하고 인터랙티브 게임에서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으며, 크래프톤도 함께 협력하고 대화할 수 있는 ‘AI 가상 친구(버추얼 프렌드)’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dmseo@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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